곡성은 맑은 이미지를 갖는 고장이다. 섬진강변을 드라이브해 보면 누구나 반한다. 그것은 섬진강이 늘 맑고 푸르게 흐르고 있어서다. 남도 땅에서 사계절 내내 청정한 물길이 흐르는 곡성만한 곳이 없다. 봄, 가을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봄꽃과 가을꽃이 흐드러지며, 더위가 찾아올 여지가 없고, 고즈넉한 겨울 들녘과 점점이 쏟아지는 눈 속을 달리는 강변의 풍경은 4대강의 눈 길과는 비교가 안 된다. 녹조로 녹차라떼 같다며 들끓어 오르는 분노에 찬 강변 사람들에겐 부러워 배아플 곳이다.
내게도 감동의 기억이 있다. 학교에서 천편일률적인 수련활동 대신 테마별 체험활동을 진행해왔다. 그중 농촌체험활동을 선택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 곡성이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섬진강변을 달려보고, 계절 꽃으로 화전도 부쳐보고 어린쑥을 뜯어 부녀회 아주머니들에게 떡방아 찧어 인절미만드는 법을 배우고, 시골장터에서 장을 봐다 삼삼오오 마을회관의 할아버지 할머니께 밥상도 차려드려보고 오손도손 손주처럼 말벗도 되어드렸다. 도깨비불을 찾아 밤마실도 가보고, 개울에서 민물고기도 잡고, 나무깎아 솟대도 만들어보고, 밀납초도 만들어 도시속 학교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체험을 나누고 돌아올 때 그새 동네어른들과 정이 들어 눈물을 흘리던 아이들을 보았다. 그 체험들로 마을신문을 제작해주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다른 테마로 다른 장소를 다녀온 친구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던 학습장이 곡성이었다.
보라, 강변에 펼쳐질 이 가을 풍경은 또다른 절경일 것이다. 그 매력이 으뜸으로 뿜어져 나올 가을 문턱에서 아이들이 심신을 수련할 수 있다면 기대 안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수려한 풍경을 가진 곡성에서 자연의 철학을 담으려는 교육장이 많아지면 좋겠다. 이 아름다운 섬진강이 곡성을 지키는 그날까지 가슴절절한 기억은 아이들의 가슴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곡성은 자연 그 자체다. 신선한 공기, 맑은 물, 싱그런 초록, 바람결이 고즈넉한 산사같은 풍경을 담아준 기억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접할 수 없는 자연의 매력들, 말이다. 곡성은 골골이 이어지고 겹겹이 산으로 맞닿아 숲과 자연의 정령과 사연을 만날 수 있는 지역이다. 지역의 명칭들이 석곡, 죽곡, 오산... 으로 이어진다. 지역에선 편리한 세상이라 아이들이 오는 것이 귀찮을까? 산을 넘고 걷고 돌아가고 건너야 하는 것을 싫어해 지역 스스로 오지산간 쯤으로 받아들여 스스로 열등감을 가지면 안 된다. 요즈음은 과거의 속도주의 시대나 산업화시대와 달리 청정한 자원이 새로운 시대적 자산으로 평가된다는 것만 의식하면 된다.
그래서 천혜의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곡성에 제안하고 싶은 교육사업이 있다. 좀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학생 수련활동 장소로 거듭나기를 원한다. 자연이 숨쉰다는 말은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담고 있는 가장 부러운 고장이라는 말이다.
복개된 하천을 열고, 자연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게 최근 세계적인 추세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도 큰 자원을 가진 고장이라면 미래의 땅인 셈이다. 그곳에서 도심에 찌든 아이들이 자연의 순박함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면 자연성을 잃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적지다. 자연의 심성을 배우고 심신을 수련할 곳으로 곡성만한 곳이 없다.
자연 환경이 좋은 곡성을 삭막하기 짝이 없는 도시의 방식을 끌어와 망가뜨릴 이유가 없다. 일찍이 생명성을 강조한 동학사상처럼 "아이들이 한울이다" "자연이 아이들이다" 대전제를 풀어낼 곳이다. 느리게 가는 교육, 곡성이 담아야 할 교육철학이어야 한다.
이제 아이들을 교실에 가두지만 말자. 그것이 곡성이 가질 경쟁력이다. 얼마든지 교감하고 호흡하면서 자연의 기개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가졌다. 그 내면을 가꿀 수 있는 환경을 으뜸으로 갖춘 고장이 곡성임을 다시 강조한다.

곡성일보 admin@gs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