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23 쌀협상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날 민주노동당 권모 의원은 350만 대한민국 농민에게 사형선고를 판결하였다고 울분을 토로했고, 농촌출신 조모 의원은 농촌출신이고 농사꾼의 자식이지만 표만 생각할 수 없어 옳은 길을 선택한다고 주장했다. 강원도 홍천-횡성이 지역구인 조의원은 유권자의 대부분이 농민이고 당시 국회 해양수산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었으니 애타는 농심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홀로 나선 국회 찬반토론에서 “국가 경제가 산이라면 한국농업은 그 산 속의 숲이고, 쌀은 그 숲 속의 커다란 한 나무”라며 “큰 나무가 억울하고 분통 터지지만 쌀 비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국회는 그 동안 논란이 됐던 쌀협상 비준안을 표결(버튼식 전자투표)에 붙여 재적의원 223명 중 찬성 139명, 반대 61명, 기권 23명으로 가결시켰다. 결국 국가의 이익을 생각한다는 국익당이 농촌당을 이기고 농민들은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한편 농민단체는 쌀수입 강력 저지를 주장하며 국회에서 가결된 쌀협상 비준안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력한 쌀투쟁을 벌여 나갔지만 쌀정책은 정부의 방향대로 추진되었다. 이렇게 쌀문제가 국가적인 정치사회문제가 되었을때 대부분 국민들은 이해가 부족하여 ‘쌀협상 비준안’이 무엇인지 자세히 모르고 지내 왔다. 쌀협상 국회비준 동의안이란 정확히 '쌀 관세화 유예 연장협상'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결과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국내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관세화 유예를 인정받았다. 그후 WTO 회원국들과 협상을 통해 다시 10년간(2005~2014년) 국내 쌀 시장을 열지 않는 관세화 유예에 합의했다. 한국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신 10년간 의무적으로 연간 국내 소비량의 4.4~7.96%에 해당하는 외국쌀을 수입키로 했다. 결국 정부와 국회는 쌀관세화를 통한 완전개방보다 쌀관세화 유예연장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지난 20년간의 관세화 유예기간 동안 우리나라 농업에 쌀수입의 충격이 연착륙되었다고 볼수도 있다. 당시에는 국제 쌀가격에 비해 우리나라 쌀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관세화를 통한 수입개방을 선택할 경우 우리나라 쌀시장은 한꺼번에 무너질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쌀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데 작년 쌀값폭락의 결과이다. 그 동안 쌀수입개방의 대응책으로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를 실시해 왔다. 현재의 쌀 직불금 제도는 2005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되면서 쌀농가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정책으로 쌀값이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정부가 보조해 주는 제도이다.
쌀값이 하락할수록 보조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작년에는 사상 유래없는 쌀값 폭락으로 농가에 직접 지원되는 쌀 보조금 한도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넘어 섰다고 우려한다. WTO가 정한 보조금총액은 1조4,900억원인데 그 한도를 초과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 공공비축미 수매에 나서면서 1등급 40㎏ 포대 기준으로 산지 가격의 93% 수준인 4만5천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쌀 값이 폭락하여 실제 매입금은 4만4천140원이 됐다. 정부가 포대당 860원이 과지급됐다며 차액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192억원에 달하고 곡성군도 2억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정부가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에 나서자 농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쌀값폭락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니 정산차액 환수를 거부하자는 입장이다. 2월 28일 곡성군 농민단체에서도 농협을 방문하여 우선지급금 환수반대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농협은 정부의 수매대행기관이지만 농업인을 대변해야 할 입장이고 쓸데없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환수업무에 부정적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양곡연도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6㎏으로 전망되는데 30년전의 반토막 수준이다. 시중에 쌀값도 20년전 가격으로 폭락했다. 쌀 소비가 해마다 줄고 있지만 생산량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쌀 가격은 폭락을 거듭하니 농민들의 한숨만 깊어진다. 요즘 매스컴에서는 울먹이는 농심과는 아랑곳없이 대통령 탄핵과 대선에만 시선을 집중하게 한다. 농업‧농촌의 가치를 높이고 농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농민대통령 후보를 기대하면서 우리 민족의 정기인 쌀, 우리 농업의 근간인 쌀, 우리 농민의 마지막 희망인 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곡성일보 admin@gs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