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원효골! 안창순곡성시인의 마을 촌장 |
| 2022년 02월 11일(금) 1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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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선, 세종 때의 명재상 황희의 이야기다.
황희가 방안에서 손님과 얘기하고 있는데 바깥이 떠들썩했다. 여자하인 둘이서 서로 잘했느니 못했느니 하면서 싸우고 있었다. 정승이 시끄러워서 무슨 일인가하고 방문을 여니, 한 여인이 정승에게 큰소리로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였다. 다 듣고 난 정승은 “네 말이 옳다.”라고하자 듣고 있던 다른 하인도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며 상대를 비난하였다. 그것도 다 듣고 난 정승은 “네 말도 옳다.”라고 하였다. 이 광경과 말을 다 보고들은 방안의 손님이 “무슨 대답이 그렇습니까? 누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공평하게 판단해주어야 할 것 아닙니까?”라고 말하자, 정승은 “자네말도 옳으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러고 보니 ‘시인의 마을’을 조성한답시고, 십 년 공들인 설계도를 들고 산에 들어와, 맨 손으로 돌에다 시를 새기며 살아 온지도 벌써 십년이 되어간다. 그런데 천성이 게으른 나는 요즘 같은 혹한기가 되면 일하기가 싫어져 틈만 나면 읍내를 들락거리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그동안 어두웠던 읍내사정에 다소간 밝아지기도 한다. 이번 겨울도 마찬가지다.
요즘 곡성읍내 신기리와 학정리 일부지역에 산업단지와 골프장 조성사업에 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내 고향발전에 관한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지역개발과 환경보존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늘 갈등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역사회가 굴러간다. 산업단지를 유치하려고 하면 어쩔 수없이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고, 환경을 보존하는 데 치중하다보면 지역개발이 뒤처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만약 황희 정승이 살아나온다면 뭐라고 얘기할까? 제법 궁금해진다.
개발에 치중해야 한다는 말에도,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말에도, 그리고 공평하게 판단해 줘야 한다는 말에도 모두 옳다고 대답할 것만 같아 무척 당황스럽다.
결국은 미래의 곡성역사가 평가할 일들이기에, 내가 십년 공들인 설계도를 들고 입산했던 것처럼, 보다 더 깊게 생각하고 세밀하게 따져봐야 할 어렵고도 신중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막상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고향의 발전을 위한 신나고 재미있는 말이 아니고 반대로 무언가 위기의식에서 나온 걱정과 염려의 말을 하려는 것이기에 서론이 너무 장황하고 쓸데없이 길어진 것 같다.
원효골!
내가 어렸을 적에 자주 놀러가 본 곳이다. 뜨거운 여름, 주로 반공일이나 공일날 죽마고우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려고 도림사 계곡에 놀러갔다가 누군가의 제안에 따라 원효골까지 가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온 기억이 생생하다. 도림사 계곡처럼 넓지는 않아도 구불구불한 골짜기가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며 만들어진 쏘와 암석이 얼마나 멋지고 놀기에 좋았던지 마을에서 꽤나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가서 놀았다.
이렇듯 원효골은 도림사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내 유년의 기억 한 자락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때 함께 놀았던 그 옛날 친구들이 오래전부터 뿔뿔이 헤어져 서로 그리움만 쌓여가는 터에 어느 뜨거운 여름날 반가운 전화 한통을 받았다.
“나 종태 형인데, 봉인이하고 정택이하고 문기하고 같이 서울에서 내려와 지금 원효골에 와 있으니까 얼굴 좀 보게 아는 사람들 모아서 올라오면 좋겠다.”
어린 시절 같이 놀았던 보고 싶은 죽마고우가 한명도 아니고 여럿이 함께 왔다고 하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즉시 고향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모아 원효골로 향했다. 그리하여 예전과 변함없는 원효골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서 그리운 친구들과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뒤로도 해마다 여름이면 그 친구들과의 반가운 모임이 원효골에서 연례행사처럼 이어졌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서울 친구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효골 입구가 막혀서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황당한 마음으로 작년여름에 현장에 가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원효골로 들어가는 입구가 무슨 부잣집 정원마냥 예쁘게 꾸며진 가운데 철문으로 굳게 닫혀져 있었다. 그리고 옛날 정승 집 쪽문마냥 사람이 겨우 들락거릴 수 있을 만큼의 작은 문이 한쪽에 나있었다. 예전 원효골 안쪽에 있던 석산에서 큰 돌덩이를 가득 싫은 트럭이 마음 놓고 드나들었던 큰 길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웬만히 간 큰사람이 아니고는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데 누가 굳이 거길 들어가려고 하겠는가!
곡성군 자료에 의하면 ‘원효대사가 수행했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원효골은 주로 암반으로 계곡이 형성되어있고 계류소리가 신선하다. 수량이 많은 여름에는 복호폭포가 웅장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관돌바위, 아들바위, 책바위등 신기한 형상의 바위들이 눈길을 끈다. 원시림수준의 숲이 울창해 경관이 수려하고 자연생태계가 살아있는 비경이다.’ 라고 적혀있다.
이렇게 좋은 곡성의비경이, 이토록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 지금은 제멋대로 방치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의 발길마저 뜸해져 있다. 이런 상태가 오래갈수록 점점 고착화 되어 예전으로 되돌리기가 그만큼 어렵게 된다.
아, 원효골! 이대로 사라져야하는가?
지도상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깨알같이 작은 섬인 독도를 지키기 위해 국가가 전력을 다하는 것처럼 우리 군민의 휴양지인 원효골을 지키기 위해 이제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크고 작은 군민의 대표들이 앞장서야함은 물론이다. 그래야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는다.
이것저것 다 좋다는 황희 정승의 선문답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하루빨리 원효골 가는 길을 복원하여 원효골을 우리군민의 좋은 휴양지로 자손만대에 물려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황희가 방안에서 손님과 얘기하고 있는데 바깥이 떠들썩했다. 여자하인 둘이서 서로 잘했느니 못했느니 하면서 싸우고 있었다. 정승이 시끄러워서 무슨 일인가하고 방문을 여니, 한 여인이 정승에게 큰소리로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였다. 다 듣고 난 정승은 “네 말이 옳다.”라고하자 듣고 있던 다른 하인도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며 상대를 비난하였다. 그것도 다 듣고 난 정승은 “네 말도 옳다.”라고 하였다. 이 광경과 말을 다 보고들은 방안의 손님이 “무슨 대답이 그렇습니까? 누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공평하게 판단해주어야 할 것 아닙니까?”라고 말하자, 정승은 “자네말도 옳으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러고 보니 ‘시인의 마을’을 조성한답시고, 십 년 공들인 설계도를 들고 산에 들어와, 맨 손으로 돌에다 시를 새기며 살아 온지도 벌써 십년이 되어간다. 그런데 천성이 게으른 나는 요즘 같은 혹한기가 되면 일하기가 싫어져 틈만 나면 읍내를 들락거리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그동안 어두웠던 읍내사정에 다소간 밝아지기도 한다. 이번 겨울도 마찬가지다.
요즘 곡성읍내 신기리와 학정리 일부지역에 산업단지와 골프장 조성사업에 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내 고향발전에 관한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지역개발과 환경보존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늘 갈등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역사회가 굴러간다. 산업단지를 유치하려고 하면 어쩔 수없이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고, 환경을 보존하는 데 치중하다보면 지역개발이 뒤처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만약 황희 정승이 살아나온다면 뭐라고 얘기할까? 제법 궁금해진다.
개발에 치중해야 한다는 말에도,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말에도, 그리고 공평하게 판단해 줘야 한다는 말에도 모두 옳다고 대답할 것만 같아 무척 당황스럽다.
결국은 미래의 곡성역사가 평가할 일들이기에, 내가 십년 공들인 설계도를 들고 입산했던 것처럼, 보다 더 깊게 생각하고 세밀하게 따져봐야 할 어렵고도 신중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막상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고향의 발전을 위한 신나고 재미있는 말이 아니고 반대로 무언가 위기의식에서 나온 걱정과 염려의 말을 하려는 것이기에 서론이 너무 장황하고 쓸데없이 길어진 것 같다.
원효골!
내가 어렸을 적에 자주 놀러가 본 곳이다. 뜨거운 여름, 주로 반공일이나 공일날 죽마고우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려고 도림사 계곡에 놀러갔다가 누군가의 제안에 따라 원효골까지 가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온 기억이 생생하다. 도림사 계곡처럼 넓지는 않아도 구불구불한 골짜기가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며 만들어진 쏘와 암석이 얼마나 멋지고 놀기에 좋았던지 마을에서 꽤나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가서 놀았다.
이렇듯 원효골은 도림사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내 유년의 기억 한 자락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때 함께 놀았던 그 옛날 친구들이 오래전부터 뿔뿔이 헤어져 서로 그리움만 쌓여가는 터에 어느 뜨거운 여름날 반가운 전화 한통을 받았다.
“나 종태 형인데, 봉인이하고 정택이하고 문기하고 같이 서울에서 내려와 지금 원효골에 와 있으니까 얼굴 좀 보게 아는 사람들 모아서 올라오면 좋겠다.”
어린 시절 같이 놀았던 보고 싶은 죽마고우가 한명도 아니고 여럿이 함께 왔다고 하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즉시 고향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모아 원효골로 향했다. 그리하여 예전과 변함없는 원효골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서 그리운 친구들과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뒤로도 해마다 여름이면 그 친구들과의 반가운 모임이 원효골에서 연례행사처럼 이어졌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서울 친구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효골 입구가 막혀서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황당한 마음으로 작년여름에 현장에 가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원효골로 들어가는 입구가 무슨 부잣집 정원마냥 예쁘게 꾸며진 가운데 철문으로 굳게 닫혀져 있었다. 그리고 옛날 정승 집 쪽문마냥 사람이 겨우 들락거릴 수 있을 만큼의 작은 문이 한쪽에 나있었다. 예전 원효골 안쪽에 있던 석산에서 큰 돌덩이를 가득 싫은 트럭이 마음 놓고 드나들었던 큰 길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웬만히 간 큰사람이 아니고는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데 누가 굳이 거길 들어가려고 하겠는가!
곡성군 자료에 의하면 ‘원효대사가 수행했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원효골은 주로 암반으로 계곡이 형성되어있고 계류소리가 신선하다. 수량이 많은 여름에는 복호폭포가 웅장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관돌바위, 아들바위, 책바위등 신기한 형상의 바위들이 눈길을 끈다. 원시림수준의 숲이 울창해 경관이 수려하고 자연생태계가 살아있는 비경이다.’ 라고 적혀있다.
이렇게 좋은 곡성의비경이, 이토록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 지금은 제멋대로 방치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의 발길마저 뜸해져 있다. 이런 상태가 오래갈수록 점점 고착화 되어 예전으로 되돌리기가 그만큼 어렵게 된다.
아, 원효골! 이대로 사라져야하는가?
지도상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깨알같이 작은 섬인 독도를 지키기 위해 국가가 전력을 다하는 것처럼 우리 군민의 휴양지인 원효골을 지키기 위해 이제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크고 작은 군민의 대표들이 앞장서야함은 물론이다. 그래야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는다.
이것저것 다 좋다는 황희 정승의 선문답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하루빨리 원효골 가는 길을 복원하여 원효골을 우리군민의 좋은 휴양지로 자손만대에 물려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안창순곡성시인의 마을 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