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쏭달쏭 법률상식 처에 대한 강간시에도 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 여부 장종운 법학박사 |
| 2023년 02월 01일(수) 15:59 |
|
문
저는 40대 여성으로서 10여년 전에 결혼하여 식당일을 하면서 건설업에 종사 중인 남편과 맞벌이 부부로 살고 있는데, 성격차이로 평소 사이가 안 좋은데다 고된 일로 피곤하고 몸이 아픈데도 수시로 남편이 폭행과 강제력을 행사하여 성폭행을 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참기 힘들어서 이혼도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남편을 강간죄로 고소해서 처벌받게 할 수 있는지 우리 지역의 언론 곡성일보의 ‘알쏭달쏭 법률상식’ 코너를 통하여 박사님께 문의드리고자 합니다.
답
전혀 다른 성장배경을 가진 남녀가 서로 만나 혼인하고 자녀를 낳아 양육하면서 가정을 이루는 토대는 부부 사이의 사랑과 신뢰이고, 어떤 경우에도 부부 사이의 성생활을 제3자가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므로 국가도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개입하는 것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에 대한 성폭력이 가정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심각하게 유린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국가가 부부 사이의 내밀한 성생활에 관한 문제라는 이유만으로 그 개입을 자제한다면 헌법이 천명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생활을 보장할 국가의 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일 것입니다.
특히 부부 사이에서도 양성의 평등과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국민들의 보편적 법의식으로 자리를 잡게 된 오늘날에는 남편의 성폭력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여 건강한 부부관계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형벌권의 행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형법에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297조). 이때 형법이 강간죄의 객체로 규정하고 있는 사람이란 여자든 남자든,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고 곧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형법에서는 법률상의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처가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된다고 새기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한편 민법에서는 부부의 동거의무를 규정하고 있고(민법 제826조 제1항), 여기에는 배우자와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가 포함되어 부부의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해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사유인 악의의 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까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내용, 가정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 형법의 체계와 개정 경과, 강간죄의 보호법익과 부부의 동거의무의 내용 등에 비추어 강간죄의 객체인 ‘사람’에는 법률상 처가 포함되고, 여기에는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처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대판 2013.5.16. 2012도14788 전원합의체).
이와 같은 연유로 종전의 대법원 판례에서는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는 설령 남편이 폭력으로써 강제로 처를 간음한다고 하더라도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었으나(대판 1970.3.10. 70도29), 2013년 5월 16일 판례를 변경하여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남편의 처에 대한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남편의 처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처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데, 그 여부는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정도가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 남편이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혼인생활의 형태와 부부의 평소 성행,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부부 사이에는 성행위의 의무도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강요에 의한 성행위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정도를 벗어나 귀하의 경우처럼 상습적으로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 성행위가 이루어졌다면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법률혼 관계에 있는 경우보다 보다 쉽게 강간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귀하께서도 남편이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 강간한 사실이 있다면 그러한 사실을 녹음 등으로 증거를 수집해 놓은 후 남편의 주소지 관할 경찰서에 형사고소를 하게 되면 남편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40대 여성으로서 10여년 전에 결혼하여 식당일을 하면서 건설업에 종사 중인 남편과 맞벌이 부부로 살고 있는데, 성격차이로 평소 사이가 안 좋은데다 고된 일로 피곤하고 몸이 아픈데도 수시로 남편이 폭행과 강제력을 행사하여 성폭행을 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참기 힘들어서 이혼도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남편을 강간죄로 고소해서 처벌받게 할 수 있는지 우리 지역의 언론 곡성일보의 ‘알쏭달쏭 법률상식’ 코너를 통하여 박사님께 문의드리고자 합니다.
답
전혀 다른 성장배경을 가진 남녀가 서로 만나 혼인하고 자녀를 낳아 양육하면서 가정을 이루는 토대는 부부 사이의 사랑과 신뢰이고, 어떤 경우에도 부부 사이의 성생활을 제3자가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므로 국가도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개입하는 것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에 대한 성폭력이 가정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심각하게 유린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국가가 부부 사이의 내밀한 성생활에 관한 문제라는 이유만으로 그 개입을 자제한다면 헌법이 천명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생활을 보장할 국가의 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일 것입니다.
특히 부부 사이에서도 양성의 평등과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국민들의 보편적 법의식으로 자리를 잡게 된 오늘날에는 남편의 성폭력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여 건강한 부부관계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형벌권의 행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형법에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297조). 이때 형법이 강간죄의 객체로 규정하고 있는 사람이란 여자든 남자든,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고 곧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형법에서는 법률상의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처가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된다고 새기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한편 민법에서는 부부의 동거의무를 규정하고 있고(민법 제826조 제1항), 여기에는 배우자와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가 포함되어 부부의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해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사유인 악의의 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까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내용, 가정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 형법의 체계와 개정 경과, 강간죄의 보호법익과 부부의 동거의무의 내용 등에 비추어 강간죄의 객체인 ‘사람’에는 법률상 처가 포함되고, 여기에는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처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대판 2013.5.16. 2012도14788 전원합의체).
이와 같은 연유로 종전의 대법원 판례에서는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는 설령 남편이 폭력으로써 강제로 처를 간음한다고 하더라도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었으나(대판 1970.3.10. 70도29), 2013년 5월 16일 판례를 변경하여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남편의 처에 대한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남편의 처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처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데, 그 여부는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정도가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 남편이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혼인생활의 형태와 부부의 평소 성행,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부부 사이에는 성행위의 의무도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강요에 의한 성행위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정도를 벗어나 귀하의 경우처럼 상습적으로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 성행위가 이루어졌다면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법률혼 관계에 있는 경우보다 보다 쉽게 강간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귀하께서도 남편이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 강간한 사실이 있다면 그러한 사실을 녹음 등으로 증거를 수집해 놓은 후 남편의 주소지 관할 경찰서에 형사고소를 하게 되면 남편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종운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