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생각끝에 읍내로 거처를 옮긴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어렵게 결정한 만큼 읍내에서의 생활은 매우 만족스러워 지금도 그 결정을 칭찬해 주고 싶다. 새로 이사한 빌라는 새집이라 깨끗하고 수납공간도 넉넉한데다 텃밭까지 있어서 나에겐 안성맞춤이었다. 체육공원도 가깝고 무엇보다 산책길인 방죽이 가까이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거실 밖 풍경도 앞이 시원하게 탁 트여 왼쪽으로는 저만치 크고 작은 건물들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곡성 천을 따라 늘어선 커다란 벚나무들 뒤로 멀리 빙 둘러 산이 보여 약간의 도시적인 분위기와 한적한 시골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거의 한 달에 걸쳐 집꾸미기와 정성을 다한 음식들로 집들이를 마친 후, 본격적인 일상이 시작되었다. 우선 많이 부지런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강아지와 천변산책으로 시작되는 일과는 그날그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저절로 규칙적인 루틴을 찾아갔다. 산책 후 간단한 식사를 하고 파크골프장으로 걸어서 운동을 간다. 방죽을 끼고 걷는 길이라 방죽 가득 핀 수련과 연꽃과 새들, 멋진 풍경을 보는 호사를 매일 누린다. 저녁에는 주로 공부 프로그램이 있어서 이른 저녁을 먹고 여유 있게 산책하듯 걸어서 다녀온다. 이곳에서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모든 볼일을 걸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은 물론이고 은행이나 병원, 마트, 도서관 등도 걸어서 10~15분 정도면 다 해결이 되어 하루 만보를 달성하는 것은 아주 쉽게 되었다. 덕분에 그동안 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공부와 취미활동을 맘 놓고 할 수 있게 되어 일정이 적을 때는 너대 번, 많을 때는 일고여덟 번까지 왔다갔다 하니 방앗간의 참새가 따로 없다. 읍내에 나올 때마다 왕복 30킬로가 넘어 40분씩 걸리고, 늦어질 때 캄캄한 밤길을 달리는 두려움, 눈이 많이 오면 미리 차를 산 아래로 내려다 놓거나, 아예 나올 수 없었던 불편함은 이제 먼 추억이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열심히 하고 집안 살림도 꼼꼼히 하며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용감하게 읍내로 이사와서 이동시간이 적어져 틈새 시간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덕분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내가 많이 행복하고 만족해 하는 것을 남편은 물론, ‘뭘 그렇게까지?’ 하면서 회의적이던 주변 지인들도 모두 인정하고 즐겁게 생각해 준다. 어느날 ‘행복은 저지르는 자의 몫이다’ 라는 말을 방송에서 들었다.

나도 모르게 “맞아! 바로 나를 두고 한 말이네” 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깊이 생각하고 용기있게 저지른 덕분에 얻은 소중한 행복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작고 소소한 것에 늘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홍희경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