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소개 하였던 함허정에서 50여m에 군지촌 정사가 있다.

군촌 마을 앞 섬진강을 향해 돌출한 구릉의 끝 절벽 위를 정지(整地)하여 남동향으로 자리잡은 함허정과 군지촌 정사는 수목이 울창하고 천혜의 섬진강이 정자 밑으로 흐르는 전설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군지촌정사, 제호정 고택은 해주 목사와 병조 참판을 지낸 심안지의 손자 심광형이 조선 중종 30년에 세웠다. 주요 구성은 안채(제월당), 행랑채 (대문칸 초가지붕), 사랑채(망서재, 精舍) 3동으로 되어 있다. 건립 이후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호정'은 건립자 심광형의 호를 따 지은 고택의 명칭이다.

이곳에서 심광형은 후학을 위하여 벼슬하기를 거절하고 청표일취(淸標逸趣)로 여생을 보내면서 후학양성에 진력, 後孫인 義士 심민겸, 志士 심민각 등 걸출한 인물을 배출시켰다.

義士 심민겸은 임진왜란(1592년), 정유재란(1597년), 이괄의 난(1624년), 병자호란(1636-1637년)을 거치면서 군량을 보급하고 의병을 일으키고 1627년 정묘호란 때는 동궁(東宮)을 모시는 등 남다른 호국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志士 심민각 역시 1624년 이괄의 난 때 900여 의병을 거느리고 왕을 공주에 호종(扈從), 난이 평정된 후 그 공으로 청안 현감이 되었고 1636-1637년 병자호란 때는 의병을 거느리고 호서(湖西)를 지키다가 강화(講和)가 이루어진 사세(事勢)를 당하고 낙향했다.

이와 같이 군지촌정사와 함허정은 심광형 선생의 선비정신을 기본으로 한 후학 양성의 요람인 정사였고 이곳에서 배출된 인물들의 구국충절이 깃 든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군지촌정사 주위 경관을 살펴보면 100리 밖 무등산과 30리 밖 설산이 한눈에 조망되며 동악산 북쪽 천마봉에서 한줄기가 서쪽으로 내려온 끝에 동산이 솟아 있고 수령 450년이나 되는 수목이 울창하며 벼랑끝자락에 함허정이 자리 잡고 있으며 섬진강 물줄기는 서출 동류로 구비쳐 흐르고 있으니 이 어찌 승경이 아니겠는가?

※군지촌정사, 제호정 고택 옆에는 하룻밤을 묵으면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고풍스런 한옥펜션이 자리잡고 있다. ▶군지촌 정사(제호정 고택)-(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155호), 전남 곡성군 입면 청계동로 908-4(제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