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대감,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시작한 100일간의 대장정인 서, 남호주 여행의 막바지무렵, 애들레이드에 도착했다.

이곳은 호주 남쪽의 대표적인 도시로 동생의 오랜 친구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SNS를 통해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다 10년 만에 얼굴을 보는 것이라 동생은 며칠 전부터 마음이 많이 들떠 있었다.

그 친구가 정성어린 마음으로 예약한 한국식당에서 처음 만났다.

자그마한 키에 동글동글 눈웃음이 예쁜 그녀, 보는 순간 명태가 생각날 정도로 많이 말랐지만, 훤칠한 키에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와 굵은 뿔테의 안경이 아주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남편, 그 옆에 눈을 반짝이며 똘망똘망한 표정으로 서 있는 초등 5학년의 귀여운 아들, 이들을 만나는 순간부터 나는 왠지 모를 잔잔한 감동을 느끼며 그들에게로 내 마음이 온통 넘어가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 신학을 전공한 독실한 크리스챤인 그녀는 대학에서 만난 남편과 20년 전 유학생신분으로 호주에 이민을 왔단다.

그동안 물설고 낯설은 먼 이국땅에서 고생도 많이 하며 이일 저일 안해 본 일이 없단다.

덕분에 지금은 여유롭게 삶을 즐기며 잘 살고 있다. 특히 결혼 10년 만에 기적처럼 찾아온 아들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 아이의 말 한마디, 움직임 하나하나가 나를 웃게 했다.

하고 싶던 일을 할 때면 ‘가슴이 벌떡이며 나비가 팔랑팔랑거리는 것 같다’, 함께 트럭 뒷자리에 앉아 갈 때는 앞에 가는 엄마의 승용차를 보며 ‘여기서 보니 엄마의 차가 작은 벌레 같다’, 안전을 위해 트럭 중간을 가로지르는 바를 두 손으로 잡고 ‘마치 오토바이를 부릉부릉 타는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다’는 등 아이만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다양한 표현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얼마 전에는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위하여 소아암 아이들의 가발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오랫동안 머리를 정성껏 길러 기부하기도 하였단다.

부부는 아이의 장래를 위한 다양한 논의 끝에 아이를 기독교 계통 학교에 보냈는데 그곳에서 친구들로 잘 사귀고 피아노, 바이올린, 트럼펫, 수영 등 다양한 취미활동도 함께 하며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정말 감사하단다.

몇일 후의 통화에서는 아들이 여자친구에게 고백을 했는데 받아들여저서 그것을 기념하는 파티를 하는 중이란다.

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동안 나는 그들의 삶에서 성실, 노력, 인내, 사랑, 배려, 신뢰, 기쁨, 활력, 행복, 감사, 희망 등을 다 보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들의 삶이 그렇게 기특하고 대견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 귀국하여 그 어여쁜 이들을 다시 떠올리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호주뿐만이 아닌 전세계 여러곳에서 잘 지내고 있을 참으로 어여쁜 그이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화살을 날리며, 수만 리 떨어진 이곳 고국에서 이들의 건승을 빌어주는 따스한 마음으로 올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