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토닥토닥 내리는 12월 한해를 마무리 하며 돌아본 길목마다 고마운 분들의 도움 덕분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안도감에 감사함이 가득한 시간을 가져 보았다.

감사함을 전해야 하는 많은 분들중에 첫 번째로 올케 언니가 있다.

40여 년 전 교회 예식장에서 새색시로 처음 만났던 언니는 어느새 며느리와 사위, 손주가 있는 할머니가 되었다.

도시에서 쭉 살았던 언니로선 농촌에서, 그것도 젊은 시어머니와 한집에서 같이 사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시어머니 눈에는 체구가 작고 농사일이라곤 해본 적 없는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며느리가 예뻐 보일리 없었다. 시어머니는 조상을 보살펴야 후손이 잘 산다는 믿음이 강하여 제사를 중요시 했기 때문이다.

며느리는 제사 음식은 준비 했지만 절을 하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것이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었다.

집안 제사는 명절을 포함해 5번이었는데 그때마다 언니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 하였다.

그러다 시어머니의 결단으로 10여 년 전부터 제사를 지내지 않게 되었다. 손주들까지 기독교 신자인 아들 가족에게 피해가 갈 수 있겠다는 걱정과 며느리의 진심을 알아주면서 내려진 결단이다.

올케언니는 고추보다 맵다는 시집살이를 이렇게 잘 견뎌왔다. 시어머니도 10년전부터는 우리 며느리 같이 고마운 사람 없다며 소중한 사람임을 받아들였다.

언니는 우리 형제에게도 참 고마운 사람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아들 딸은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욕을 할줄 모른다. 그저 묵묵히 새벽기도를 다니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 듯 했다.

사춘기인 중2년생 조카는 오로지 외숙모한테만 마음속 애기를 털어 놓는다. 아픈 엄마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가 안타까워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한다고 했다.

그 아이는 무사히 사춘기를 넘기고 군대를 다녀온 뒤 대학 졸업 후 취직과 함께 결혼을 하고 지금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언니는 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시누이 세 명이 있는 외아들 며느리로 40여 년을 살면서 시골에서 농사지은 쌀, 김장김치, 명절 음식 등 모든 것들을 전부 나눠준다.

갑상선암 수술을 2번씩이나 했던 시누이 집 냉장고를 5년전부터 손수 만든 반찬으로 채워준다. 아들과 딸이 결혼한 후에도 변함이 없이 말이다. 효부상 후보로 추천하고 싶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언니가 바로 우리집 올케언니다.

올케언니 만큼 진실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걸 보지 못했다.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하고 귀한 사람임을 연말을 맞아 다시한번 상기하며 가슴깊이 감사한 마음을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