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제 남편 甲은 종합보험도 들지 않은 채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 乙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였고 그 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았는데, 최근에 乙은 저희 살림살이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살림살이는 제 손때가 묻어 있는지라 다른 사람한테 넘기고 싶지 않은데, 어떤 방법이 있는지 우리 지역의 언론 곡성일보의 ‘알쏭달쏭 ’ 코너를 통하여 박사님께 문의드리고자 합니다.


답
부부 중 일방의 채무로 인하여 부부공유의 유체동산에 대하여 경매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즉 집안의 가재도구나 살림살이는 원칙적으로 부부의 공유로 추정되므로(민법 제830조 제2항), 집안에 채무자인 배우자만 살고 있거나, 채무자를 포함한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그 살림살이에 대해 경매를 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부부가 장기간 별거중이고 그 집안 내에 채무자 아닌 타방배우자만이 살고 있는 경우라면 집행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채무자 아닌 타방배우자가 집안의 살림살이를 집행관에게 임의로 제출해주면 몰라도,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채권자로서는 부득이 민사집행법 제243조(유체동산에 관한 청구권의 압류)에 의하여 채무자 아닌 타방배우자에 대한 유체동산인도청구권을 압류함으로써, 이를 집행관에게 인도하게 한 후에야 비로소 압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부부일방의 채무에 의하여 부부공유의 유체동산이 경매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 아닌 타방배우자는 매각기일에 출석해서 위 유체동산을 우선매수하겠다고 신고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206조 제1항).

이를 배우자의 우선매수권이라고 합니다. 배우자의 우선매수신고는 매각기일에 참석해서 말로 신청해도 되고, 미리 법원에 서면으로 신청해도 됩니다.

이때 보증의 제공은 필요치 않습니다. 다만 타방배우자는 최고매수신고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우선매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우선매수신고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최고가매수신고인보다 우선해서 그 타방배우자에게 매각을 허가하게 됩니다(민사집행법 제206조 제2항, 제140조 제2항). 이때 최고가매수신고인은 차순위매수신고인으로 지위가 바뀌게 됩니다.

이에 귀하의 사건을 보건대, 귀하의 남편 甲의 채무로 인하여 귀하 부부의 공유재산인 집안 살림살이에 대해 경매가 들어온 상태에서, 그 살림살이를 제3자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귀하께서 매각기일에 직접 참석해서 집행관에게 우선매수신고를 하면 될 것으로 보이며, 이와 같은 신고를 통하여 귀하께서는 최고가매수신고가격의 1/2만 지급하고 그 집안 살림살이를 매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공유 부동산의 경우에는 채무자의 공유지분만을 경매의 대상으로 하는 반면, 부부공유의 유체동산에 대해서는 채무자인 일방 배우자의 지분만을 경매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 아닌 타방배우자의 지분을 포함한 공유물 전체에 대하여 경매를 행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므로 채무자의 지분만 경매시키라는 주장은 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부부공유의 유체동산에 대하여 경매가 이루어지고 타방배우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타방배우자의 몫에 해당되는 매각대금의 1/2 부분에 대해서는 그 타방배우자가 돌려받게 될 것입니다. 이를 배우자의 지급요구권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