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동요 ‘고향의 봄’ 가사이다.

압록에 살다 곡성 읍내로 이사 온 지 벌써 3년째 이다.

이렇게 꽃피는 봄이 오면 매일 산책을 하며 자주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봄의 곡성은 그야말로 꽃 대궐, 온통 꽃 천지여서 나를 자주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다.

얼마 전까지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 터널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산책을 즐겼는데, 요즘은 그야말로 철쭉이 한창이라 온 마을이 불타는 듯 황홀하기까지 하다.

특히 압록방향의 끝없이 불타는 철쭉꽃 길과 광주 가는 쪽 괴티재의 울긋불긋 철쭉꽃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낌없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느라 휴일이면 교통체증까지 유발하는 곳이다.

이 두 길은 명실공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길임에 틀림이 없고 그 길들이 모두 곡성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긍심을 갖게 된다.

새벽마다 강아지들과 함께 산책하는 죽동 방죽길은 하루하루 내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곳이다.

새벽에 일어나 산책이 시작되는 곡성유치원 앞, 깔끔하게 하얀 깃을 붙인 보라색, 우아하게 자주색 왕관을 쓰고 있는 노란색의 아기자기한 팬지꽃에게 밤새 안녕을 한다.

약간 위쪽에 있는 연못 길로 들어서면 물안개가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풍광에 빠져들며, 연못가를 빙 돌며 피어있는 진분홍의 화려한 개복숭아 꽃들에게도 아침인사를 한다.

이 예쁜이들은 수줍은 듯 가지를 살랑 이는 것이 마치 손을 흔드는 듯하다. 상쾌한 마음으로 그 연못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게이트볼장을 돌아가면서 산책이 계속된다.

오른쪽으로는 잔디가 파릇파릇한 초원과 우아한 소나무가 어우러진 파크골프장이 시작되고 왼쪽으로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원한 정자와 늘 청년들의 열기로 가득한 농구코트와 6.25 참전비, 이어서 그라운드 골프장과 어린이 놀이터, 여러 운동시설들이 여유있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사이와 산책길 양 옆으로 무리지어 피어있는 색색의 철쭉꽃과 하이얀 조팝꽃들이 눈부시게 반짝이며 자태를 뽐내고 있어, 무심히 걷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며 꽃처럼 환하게 행복한 웃음을 얼굴에 가득 채운다.

공자님이 논어에서 “마을은 인심 좋은 곳이 아름다우니, 이런 좋은 곳에서 살아야 지혜롭다.”라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의 인심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곳 곡성, 꽃이 찬란하게 아름다운 이곳 곡성을 내 인생 제2의 고향으로 선택한 나는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탁월한 선택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참고 : 子曰里人이 爲美하니 擇不處仁이면 焉得知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