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침이슬’의 김민기씨가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 그를 사랑했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필자와 같은 세대로 혼돈의 시절을 함께 견디어 온 끈끈한 동지같은 그는 진실로 이 시대의 순수한 가객이었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듯한 선한 표정의 그는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가 노래를 할 때면 아무런 꾸밈없이 오로지 노래에만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 모습 자체만으로 절절하고 진정성이 느껴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이 뭉클해지며 저절로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는 한국의 음악과 문화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그의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를 넘어서, 그 시대의 아픔과 사회적 현실을 담고 있었다.

1971년에 발표한 '아침이슬'은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군사 독재를 반대하는 시위 현장에서 울려 퍼지며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는 민주화 운동과 사회 변화의 상징적인 노래가 되었다.

그의 노래는 듣기 좋고 부르기 좋은 노래를 넘어 사회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절실한 마음을 담고 있었다. 그의 노래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를 두고 한 평론가는 “김민기의 노래는 가사에서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통찰이 압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혼돈의 시대 소시민들의 애환을 예술에 담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게 함으로써 서서히 세상을 변화시키는 타고난 예술인이었다.

모든 것이 자본화되고 상품화 되어가는 현실에서 ‘돈 안되는 일’이 오히려 예술이 해야 하는 일임을 많은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다.

1991년 대학로 문화의 상징인 소극장 ‘학전’을 개관하여 다양한 공연을 시도하고 직접 연출하여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열심히 하였다.

지금은 유명해 졌지만 그 당시에는 무대가 고팠던 여러 통기타 가수들에게 라이브 공연의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그가 번안하고 연출한 ‘지하철 1호선’은 한국 뮤지컬 역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은 역작이다. 독일 뮤지컬을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한 작품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습을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냈다.

1994년부터 2023년까지 8천회 이상 공연을 하며 70만명이 넘은 관객들이 함께 하였다.

이 록 뮤지컬을 통해 한국인으로는 3번째 독일의 괴테메달을 수상하였고,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의 대표 남자배우들을 다수 배출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소극장 ‘학전’은 헌신적인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누적되는 적자로 운영이 어려워져 개관 33년 만인 올 3월에 폐관한다는 소식을 그의 투병소식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으로 접해야만 했다.

이제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부른 또 다른 노래 ‘상록수’처럼 푸르른 솔잎으로 영원히 우리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