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谷日칼럼 -서정주냐, 이육사냐? 안창순 |
| 2025년 02월 19일(수) 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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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인의 마을을 조성한다고 고달면 수월리 산에다 일을 벌인 지도 벌써 강산이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별 탈 없이 일이 잘 진행되어 오다 갑자기 몸이 아파 유난히도 길었던 지난여름 내내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서 일을 잠시 중단하게 되었다.
그 긴 무더위도 계절의 섭리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인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들녘은 어느새 썰렁하게 비어서 여기저기 물길을 따라 하얗게 피어난 갈대꽃들만 소슬한 바람결에 흐느끼듯 쓸리고 몸부림하듯 나부끼고 있었다.
추수가 끝난 빈자리에 더 키가 껑충해 보이는 갈대들은 들녘을 한층 더 적막하고 쓸쓸하게 만들고 있었다.
산속에다 허름한 흙집 하나 지어놓고 거의 날마다 읍내를 드나들다 보니 나도 모르게 꿈 같은 바람 하나가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것은 고달초등학교 앞에서 섬진강 다리까지의 넓은 들과 그 너머에서 곡성역까지의 넓은 평야가 옛날처럼 여름엔 온통 초록으로 그리고 가을엔 누런 황금빛으로 물든 광경을 한 번쯤 보았으면 하는 부질없는 소망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초등학생 때, 어쩌다 완행열차를 타고 여수를 갔다 오는 길에 곡성역에서 열차가 잠시 멈추는 동안 역 앞에 펼쳐진 너른 평야를 보고 어느 승객 한 사람이, 이렇게 넓은 들은 처음 본다고 했던 말이 세월이 흐를수록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는 지금과 달리 비닐하우스나 축사 등이 없는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깨끗한 들판이 눈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진 것이다.
그때 우리집은 농사가 없었기 때문에 친구네 집 논에 지어진 새막(원두막)에서 친구들과 함께 자주 모여서 놀았다. 그러면서 깡통 속에 작은 돌멩이를 넣고 찌그려 매달아 놓은 새끼 줄을 잡아당겨 흔들면서 참새 떼를 쫓기도 하고 몇 갈래로 쪼개진 대나무 끄트머리에 흙을 꼭 집어서 새가 앉은 자리에 던지기도 했다.
또 벼 이삭의 심지에 메뚜기를 잡아 꿰어 허리춤에 매달기도 하고, 논바닥에 쌓아놓은 짚 더미에 몸을 던져가며 그때 인기 있던 액션 스타들의 싸우는 모습을 흉내 내는 등 신나게 놀았던 일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들이다.
시인의 마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큰 원칙을 세웠는데, 그것은 ‘시’의 인기도에 따라 시비의 크기를 달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가 ‘이육사’의 시 ‘광야’보다 인기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작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육사는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하다가 잡혀서 가슴에 수형 번호 264를 달고 형을 살았는데 그 수형 번호 264를 한글 이름 ‘이육사’로 떳떳하게 사용했을 정도로 훌륭한 독립투사였고, 서정주는 그와 반대로 작품은 뛰어 나지만 친일파였기 때문이다.
더하여 넓은 들을 뜻하는 ‘광야’라는 시의 제목이 먼저 마음에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때 한글을 비롯하여 사회 전반적인 탄압을 자행한 일본의 만행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가 쓴 ‘아리랑’에 그때 우리 민족이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받았는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요즈음 온 나라가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로 진영이 나뉘어 매우 시끄럽다. 그렇지만, 이 일은 이념적인 잣대까지 동원하여 다툴 만큼 그런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생만 되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 상식과 비상식,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이다.
하지만 신문방송 등 언론에는 주로 학벌이 높은 사람들이 출연하여 해괴한 괴변으로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어지럽히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궤변만 늘어놓는 이런 고학력자보다는 국민 기본교육만 받아도 이런 단순한 잘잘못을 판단하는 데는 전혀 모자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개인의 출세에만 유리할 뿐 고학력자의 궤변 등을 양산하는 오늘날의 교육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국화옆에서’라는 유명한 시보다 친일 행적이 더 비난받는 ‘서정주’보다, ‘광야’라는 다소 덜 유명한 시의 작가인 이육사가 살아온 끈질긴 독립투사의 생이 작품보다 더 소중하게 대접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리라.
따라서 역사를 잊은 민족만이 아니라 역사를 잊은 사람도 내일은 없다.
그동안 별 탈 없이 일이 잘 진행되어 오다 갑자기 몸이 아파 유난히도 길었던 지난여름 내내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서 일을 잠시 중단하게 되었다.
그 긴 무더위도 계절의 섭리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인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들녘은 어느새 썰렁하게 비어서 여기저기 물길을 따라 하얗게 피어난 갈대꽃들만 소슬한 바람결에 흐느끼듯 쓸리고 몸부림하듯 나부끼고 있었다.
추수가 끝난 빈자리에 더 키가 껑충해 보이는 갈대들은 들녘을 한층 더 적막하고 쓸쓸하게 만들고 있었다.
산속에다 허름한 흙집 하나 지어놓고 거의 날마다 읍내를 드나들다 보니 나도 모르게 꿈 같은 바람 하나가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것은 고달초등학교 앞에서 섬진강 다리까지의 넓은 들과 그 너머에서 곡성역까지의 넓은 평야가 옛날처럼 여름엔 온통 초록으로 그리고 가을엔 누런 황금빛으로 물든 광경을 한 번쯤 보았으면 하는 부질없는 소망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초등학생 때, 어쩌다 완행열차를 타고 여수를 갔다 오는 길에 곡성역에서 열차가 잠시 멈추는 동안 역 앞에 펼쳐진 너른 평야를 보고 어느 승객 한 사람이, 이렇게 넓은 들은 처음 본다고 했던 말이 세월이 흐를수록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는 지금과 달리 비닐하우스나 축사 등이 없는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깨끗한 들판이 눈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진 것이다.
그때 우리집은 농사가 없었기 때문에 친구네 집 논에 지어진 새막(원두막)에서 친구들과 함께 자주 모여서 놀았다. 그러면서 깡통 속에 작은 돌멩이를 넣고 찌그려 매달아 놓은 새끼 줄을 잡아당겨 흔들면서 참새 떼를 쫓기도 하고 몇 갈래로 쪼개진 대나무 끄트머리에 흙을 꼭 집어서 새가 앉은 자리에 던지기도 했다.
또 벼 이삭의 심지에 메뚜기를 잡아 꿰어 허리춤에 매달기도 하고, 논바닥에 쌓아놓은 짚 더미에 몸을 던져가며 그때 인기 있던 액션 스타들의 싸우는 모습을 흉내 내는 등 신나게 놀았던 일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들이다.
시인의 마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큰 원칙을 세웠는데, 그것은 ‘시’의 인기도에 따라 시비의 크기를 달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가 ‘이육사’의 시 ‘광야’보다 인기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작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육사는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하다가 잡혀서 가슴에 수형 번호 264를 달고 형을 살았는데 그 수형 번호 264를 한글 이름 ‘이육사’로 떳떳하게 사용했을 정도로 훌륭한 독립투사였고, 서정주는 그와 반대로 작품은 뛰어 나지만 친일파였기 때문이다.
더하여 넓은 들을 뜻하는 ‘광야’라는 시의 제목이 먼저 마음에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때 한글을 비롯하여 사회 전반적인 탄압을 자행한 일본의 만행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가 쓴 ‘아리랑’에 그때 우리 민족이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받았는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요즈음 온 나라가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로 진영이 나뉘어 매우 시끄럽다. 그렇지만, 이 일은 이념적인 잣대까지 동원하여 다툴 만큼 그런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생만 되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 상식과 비상식,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이다.
하지만 신문방송 등 언론에는 주로 학벌이 높은 사람들이 출연하여 해괴한 괴변으로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어지럽히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궤변만 늘어놓는 이런 고학력자보다는 국민 기본교육만 받아도 이런 단순한 잘잘못을 판단하는 데는 전혀 모자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개인의 출세에만 유리할 뿐 고학력자의 궤변 등을 양산하는 오늘날의 교육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국화옆에서’라는 유명한 시보다 친일 행적이 더 비난받는 ‘서정주’보다, ‘광야’라는 다소 덜 유명한 시의 작가인 이육사가 살아온 끈질긴 독립투사의 생이 작품보다 더 소중하게 대접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리라.
따라서 역사를 잊은 민족만이 아니라 역사를 잊은 사람도 내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