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들의 특별한 봄나들이

홍희경
본보 명예기자
前서울시교육청강서도서관장

2025년 05월 14일(수) 09:01
여고 동창들의 오랜 바램이던 곡성 방문이 찬란한 봄을 맞아 드디어 실현되었다.

모임에서 늘 곡성 자랑을 한 것이 그녀들이 오게 된 계기였다.

친구들은 역에서 만나자마자 몇 일 전부터 어릴 때 소풍처럼 기다려지며 마음이 설레었다며 함박웃음을 웃는다.

나는 오랜 서울생활로 시골의 정취를 잃어버린 친구들에게 이곳의 특별한 음식을 먹게 하고, 파란 하늘과 연녹색의 들을 맘껏 누리며 향기로운 봄나물도 캐보는 특별한 봄을 가슴 가득 선물하고 싶었다.

시끌벅적 만남의 인사와 함께 차에 올라 메타세콰이어 길을 지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청계동 길로 접어들어 야외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만의 특별한 메뉴인 다슬기 닭백숙과 다슬기전으로 여유로운 점심 만찬을 즐겼다.

맑은 태양아래 나비처럼 나풀거리는 벚꽃잎을 보며, 마음은 아직도 여고생인 여섯할매들은 깔깔깔 호호호, 맛에 취하고 경치에 취하고 수다에 취하며 맘껏 행복했다.

이번엔 연녹색의 시골 들판을 누릴 차례다.

푸르름이 가득한 제월섬으로 가는 길에 제호정 고택과 선비들이 시를 논하며 풍류를 즐기던 함허정에 들러, 멋진 풍광을 보여주니 연신 감탄하며 눈에 담고 사진도 부지런히 찍는다.

한적하여 우리만의 차지가 된 제월섬에 도착하여 시원한 그늘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드디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나물캐기가 시작되었다.

주변에 쑥, 질경이, 담배나물, 돌미나리 등이 가득하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경이는 벌써 노련한 자세로 쑥을 열심히 뜯고 있다.

살짝 삶아 냉동해 두었다 가을에 하와이 옥이가 오면 쑥떡을 만들어 줄거라는 기특한 계획에 나도 열심히 쑥을 뜯어 보탠다.

허리가 아파 나물을 못 캔다며 지체 높으신 마나님처럼 굴던 운이와 임이는 어느새 오솔길 가에 주욱 깔려있는 질경이 캐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나중에 임이는 한걸음 더 나아가 담배나물까지도 섭렵한다.

나물캐기가 처음이라는 숙, 혜도 저 멀리 떨어져 열심히 쑥을 뜯고 있다.

초보자치고는 자세가 제법이다. 점점 반경을 넓히며 섬 가장자리로 나오다 쑥부쟁이 군락지를 발견한 내가 환호성을 지르며 친구들을 부른다.

너도나도 달려와 쑥부쟁이의 효능을 논하며 왁자지껄 다시 나물캐기에 빠져든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기운다. 모처럼의 나물캐기로 몸과 마음이 완전 힐링된 친구들 얼굴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저녁식사는 시원한 맥주를 곁들인 참게매운탕과 빙어튀김, 전라도 특유의 맛깔스러운 밑반찬도 함께다.

서로 이것저것 맛보고 감탄하는 그녀들의 행복 가득한 마음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음날 아쉬운 발길을 돌린 할매들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물들의 요리법과 각자 느낀 맛들을 공유하며 나물캐기 앓이, 곡성여행 앓이를 한참 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내년 봄 곡성의 나물캐기 힐링 여행은 이미 예약 완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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