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구례 지인들과의 만남을 위해 차에 올랐다.

햇볕이 강한 국도를 벗어나 벚나무 터널로 시원한 건너편 길을 택했다.

시간도 넉넉해 음악과 함께 여유롭게 운전을 즐기는데 순간 반대차로 한가운데 커다란 거북이 같은 것이 보였다.

옆에 섬진강이 흐르긴 하지만 거리가 꽤 떨어져 있고 도로 한가운데 그런 동물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아‘거북모양의 돌이겠지’하며 그대로 지나쳤다.

문득 작년 아침 산책길에 길이가 7~8센티 정도의 자라가 차에 깔려 죽어있는 것을 보며 마음 아팠던 기억이 났다. 일단 확인하고자 차를 돌려 그 자리로 다시 갔다.

뜻밖에도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가 온몸을 웅크린 채로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그런 곳에 거북이가 있다니, 황당하기도 하고 약간 겁도 났지만, 분명히 지나는 차에 압사할 것이 뻔해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우선 뒷자리에 있던 종이 쇼핑백을 옆에 놓고 그 위로 거북이를 밀어 올렸다.

크기가 커서 그런지 무게감이 상당했다.

가는 길에 강물 가까운 곳이 보이면 내려가서 물에 놓아주려는 생각으로 그대로 감싸서 뒷자리에 실었다.

조금 가니 까사밀라 펜션 지나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여 차를 세우고 거북이를 들고 내려갔다.

그러나 보이는 것과는 달리 거리가 꽤 멀고 중간에 풀이 많이 우거져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구례구역 건너편까지 세 번이나 차에서 내려 강가로 내려가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접근이 어려웠다.

정오가 되며 햇볕이 강하고 온도가 높아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약속 시간은 이미 지나 있어 마음이 급해졌다.

안되겠다 싶어 돌아오는 길에 다시 방법을 생각하기로 하고 구례 서시천 근처를 지나는데, 바로 그때 공원 산책길에서 서시천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날씨가 더워 돌아올 때까지 차에 두는 것도 위험할 것 같아 약속시간에 좀 늦더라도 서시천에 놓아주는 것이 좋을 듯 했다.

공원입구에 차을 세우고 보니 거북이가 뒷자리에서 내려와 운전석 밑으로 기어들어가 있었다.

나름 위험을 감지하고 몸을 피한 것이다.

장갑을 끼고 꺼내려는데 네발로 힘세게 뻗대며 자꾸 앞쪽으로 피하기만 한다.

어려운 실랑이 끝에 겨우 꺼내어 쇼핑백으로 감싸안고 한참을 걸어 물가에 도착, 바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한컷... 와~ 길이가 내 발보다 훨씬 길다.

조심스레 물속에 넣었다.

잠시 가만히 있더니 머리가 쑥 나오고 네발이 동시에 나와 유유자적 수영을 하며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았다.

그렇게 큰 거북이 어디서 어떻게 그 길 한가운데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오래 잘 살기를 기도했다. 파김치가 되어 약속장소에 가니 지인들은 식사를 미룬채 기다리고 있다.

항상 정확하던 사람이 연락도 없이 늦어서 혹시나 하며 걱정을 많이 했단다. 자초지종을 듣더니 힘들었어도 좋은 일 했다며 자기들 일처럼 기뻐해 준다.

나도 몸은 많이 힘들고 지쳤지만 마음은 날아갈 듯 개운하고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