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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조화롭기 때문이다

박찬주 곡성교육지원청 교육장

곡성일보 admin@gsilbo.com
2018년 05월 30일(수) 01:38
요즘 TV를 켜면 한 눈에 들어오는 이슈들이 참 많습니다. 촛불집회에 나선 대학생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합리적이지 못하고 타당하지도 않은 당리당략으로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국민들의 분노를 확대시켜 줍니다. 지상파 방송에 종편 방송까지 합류해서 많은 언론들이 짖어 대면 울화통은 배가 되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마다 최근의 사회적 병리현상을 가십거리 삼아 전문가처럼 열변을 토하는 광경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인터넷 검색 창을 통해 ‘OECD 국가 중 한국 청소년 삶의 만족도 꼴찌, 청소년 자살률 1위, 아동들 학업스트레스 세계 최고, 공교육비 민간 부담 OECD 3배’ 등 화면을 가득 채운 부정적인 내용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이런 병리현상들을 접할 때마다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적 풍요일 수 있고, 변화하는 시대의 상황 논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가다듬어도 교육이 제외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교육이 본질적 대책이 아닐까 싶은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얼마 전 우리 지역에 있는 사찰을 찾아 스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교육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하신 말씀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교육은 7세 이전에 이미 90퍼센트가 끝나고 학교에서 배운 것은 10퍼센트에 불과하며 그것도 먹고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인성을 근본으로 하는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교육전문가인 저는 그 말씀에 크게 동의하였습니다. 교육의 본질적 목적은 인간의 성숙이고 최초의 학교는 가정이며 최초의 선생님은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에 웬만한 가정은 거의 3대(代)가 함께 살며 밥상머리 교육은 물론이고 어른들의 행동을 본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인내심을 배우고 어른을 공경하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은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실천을 통해서 행동으로 내면화시켜주는 것이 학교의 인성교육이었습니다. 세계적 경제대국으로의 성장은 물론 선진국 대열로 합류한 일본 교육의 근간이 그러했음을 현지 학교를 방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농촌의 교육환경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빈곤함은 물론이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가정이 해체되어 할아버지 할머니 도움을 받고 성장기를 보내는 아이들도 많아졌습니다. 물론 우리 곡성도 그 속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요즈음 유행하는 신조어로 말하면 흙수저들입니다. 부와 권력의 세습으로부터 소외받고 항상 노력이 아닌 노오~력이 부족해서라고 조롱받는 이들은 농촌에 태어난 것 자체가 원죄일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도 자기만의 꿈을 실현하여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성공한 그들이 행복한 내 고향 곡성을 융성하게 만들도록 말입니다. 이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손에 잡힐 듯 한줄기 빛이 있다면 그것은 교육일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탈출구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이 곡성의 미래인 이유인 것입니다.
어느 조직사회든 사람을 선택할 때는 능력을 보지만 승진시킬 때는 인성과 사회적 역량을 우선합니다. 지금 이 시대는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그리고 생명공학의 세 트로이카가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이미 중 후반기에 들어서게 됩니다. 책 읽고 사색하고 다양하게 체험하며 남보다 우월함이 아닌 남과 다른 창의적인 생각의 힘을 길러 함께 있는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인성을 길러줘야 합니다. 다양화되고 고도화된 시대적 상황에서는 학교와 선생님만으로 교육하는데 한계에 와 있습니다. 학부모와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동참해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산길을 걸으면서 가을 단풍도 구경하였습니다. 빨강, 노랑, 파랑 등 형형색색들이 무지개처럼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앙상하게 메마른 나뭇잎도 있고 못생긴 돌부리도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 교육이 그렇습니다. 잘 난 아이들 못난 아이들 그리고 학습이 빠른 아이들 느린 아이들이 한 줄이 아닌 여러 줄에 서서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의 방법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입니다.

곡성일보 admin@gs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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