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그릇 나눠먹고 어려운 사람에게 손을 좀 내밀었을 뿐입니다.”
여성에게는 힘이 좀 벅찬 미국상회 쌀더미 속에서 모습을 보인 안성미국상회(곡성읍 읍내리) 맏딸 안영란씨(49). 안씨는 그동안 어려운 이웃을 도와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말하면서 ‘이웃돕기가 별것 있겠느냐’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외부에 알려진 것이 좋지만은 않다며 취재에 대한 부담감을 전했지만 작은 것, 큰 것 가릴 것 없이 포근하고 따뜻한 일들이 많이 전해질 때 우리사회가 더욱 맑아지고 훈훈해지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설득을 받아들이고 오래된 일들을 떠올렸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전. 그때만 해도 생활이 어려운 시절이라 4명의 동생을 둔 맏딸로서 희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안씨는 고향에 내려와 부모가 하고 있는 일을 도우며 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녀는 이때부터 결혼 적령기도 잊은 채 부모가 일궈왔던 미곡상회 일에 뭍혀 살았다. 가게 위치가 터미널 앞이어서 사람들의 발길이 늘 끊이질 않았는데 그녀는 밥을 거르는 사람들을 보고 가슴 아프픈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안 씨는 가끔 밥을 굶고 버스를 기다리거나 끼니를 찾아먹지 못한 사람들이 가게를 찾아오면 따뜻한 밥을 대접했다. 물론 부모님을 따라 한 일이라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무엇을 따로 준비한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이웃을 대하듯 자연스럽게 밥을 나눠 먹었던 것이다. 가끔은 돈이 없어 머리를 자르지 못한 사람이 올 경우 이발비를 대주면서 머리 손질을 하도록 했고, 동네 사람이면 시간날 때 잘 살고는 있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연세가 많아지면서 미곡상회 관리는 안씨 몫이 되자 몸이 바빠져 시간내기가 점점 어려워졌고 생활속의 봉사도 예전 만큼 되지 않았다. 그러다 안씨 생각에 제도권에서 벗어난 보호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쌀을 주기로 마음 먹었다. 눈앞에 보인 사람들, 그리고 소문으로 전해들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미곡쌀 돕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개인별로 사정이 달라 소외이웃을 찾거나 도와주는 일이 어려웠다. 고민 끝에 체계적으로 돕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군청과 읍면사무소에 의뢰해 쌀을 전해주는 방법으로 이웃돕기 수호천사 역할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갈수록 바쁘지만 주변을 보살피는 마음은 잊지 않았다.
안 씨는 지난 연말에 이어 정월대보름을 지내고 최근 우리지역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며 읍사무소에 바로 도정한 쌀10kg 50여 포대를 제공하기도 했다. 안씨는 모든 쌀을 전달 직전에 도정해 품질좋은 쌀을 보낸다. 대부분 어려운 이웃은 반찬이 마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전해준 쌀이 좋아야 밥맛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이다.
“남을 돕는다는 일이 쉬운일이 아니어요. 주변사람들의 시선도 가끔은 의식되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제가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이웃을 돕겠습니다.”
안씨는 “사람은 누구나 똑같다는 부모님의 평소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자연스럽게 이웃돕기를 해왔던 것”라면서 ‘대단한 일이 아니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긋이 웃음을 지었다.
/김래성 기자․제보=고병무 곡성군개인택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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