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전 곡성향교 전교(82세․석곡면)가 최근 함박웃음 멈추지 못하고 있다.
큰아들 허 경씨(한국소방검정공사 기술연구소장)의 첫째딸 연희(29․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기공학부 박사과정)씨가 지난달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제24회 휴먼테크 논문대상’ 시상식에서 최초의 여성 대상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1994년 제정한 이 상은 우수한 과학인력 발굴을 위해 삼성전자가 주최하고 미래창조과학부·중앙일보가 후원한 것인데 지난 24년간 여성이 대상을 받은 적은 없어 전국적으로도 이슈가 됐다.
연희씨의 논문 제목은 ‘250 밀리옴의 큰 기생저항을 포함한 인덕터를 사용하고서도 96.2%의 높은 최대전력효율을 가지는 하이브리드 듀얼패스 스텝다운 컨버터’다. 쉽게 말하자면 전력 효율이 올라가면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어서 발열을 해소하고 배터리 유지 시간도 길어질 수 있는데 휴대전화나 노트북, 드론까지 각종 전자장치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연구결과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연희씨 동생 승일(27)씨도 공학도로 현재 성균관대 공대를 다닌다.
또 허진 전교의 두째 아들 허 욱씨의 큰딸은 홍콩과학대학에, 둘째딸은 홍콩대학에 재학중이며, 셋째아들 허정혁씨의 아들 역시 카이스트(KAIST) 3학년으로 공학을 주로 전공한 손자․손녀들이 잇따라 박사의 길을 걷고 있어 촉망받는 인재로 인정받고 있다.
원래 순천 주암 태생이지만 23년전 서울에서 석곡면으로 귀농한 허진 전 전교는 초등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못했으나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영어도 공부하고 늘 노력하는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에게 젊은시절부터 “곧은 삶과 본분을 지키는 일이 성공하는 좌표가 된다고 강조했던 것이 손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손주들이 할아버지 유전자를 받은 것 같다고 말하는 며느리들에게 요즈음 대우받고 산다”고 즐거운 얼굴로 인생철학을 전해줬다.
곡성향교 제28대 전교를 지냈던 허진 전교는 곡성군에서는 처음으로 전라남도 전교협회 부회장직을 맡았고, 2016년 성균관 서열 세 번째인 전인(典仁)을 역임하고 있다./김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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