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곡성 작은 영화관에서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역 의거를 그린 <영웅>이란 영화를 보았다. 다른 영화와는 조금 다르게 동명의 창작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작품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뜨거운 감동이 이어졌다.

영화는 안중근 의사가 러시아의 눈이 가득 쌓인 허허벌판에서 매서운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정처없이 걷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일본의 통치 아래 절망적인 나라의 암울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다음은 눈 쌓인 자작나무숲에서 대한독립을 염원하는 동지들과의 단지동맹, 하얀 눈 위에 번지는 선명한 붉은 피, 그 피로 ‘대한독립’이라 적은 광목천이 나뭇가지에서 펄럭이는 장면을 우러러보며 함께 부르는, 독립을 다짐하는 절절한 노래는 보는 이의 마음속까지 뭉클하게 한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처자식을 뒤로하고 고향을 떠나 대한제국의 의병대장으로 대한독립을 위해 용감하게 일본과 싸우던 그는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로 하고 하얼빈으로 가서 동지들과 거사를 도모한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조선총독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서른 살의 청년 안중근 의사는 ‘꼬레아 우라(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순순히 체포되었다.

그 후 불공정한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자 아내와 동생들이 항소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어머니는 옥중 안중근에게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그냥 죽으라. 그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라고 서신을 보낸다.

1910년 3월 26일 우리나라의 큰 영웅 안중근 의사는 뤼순 감옥에서 처형되었다. 그의 나이 31세로 아깝고도 애통해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동생들에게 남긴 유언에도 오직 대한독립만을 염원하는 절절함이 가득하다.

‘당시 안중근의 시신은 일본에 의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매장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그 행방이 묘연하다. 안중근, 그는 아직도 독립을 이룬 그의 조국 대한민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안타깝게도 이 유언은 아직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풍요로운 대한민국에서 복된 삶을 누리는 우리는 이처럼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분들의 희생을 가슴에 새기며, 하루빨리 안중근 의사가 그토록 염원하던 독립된 조국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기도하자.

홍희경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