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작년 이맘 때, 온천지에 벚꽃이 휘날리던 화창한 봄날이었다. 좋은 날씨 덕분에 점심시간이면 많은 사람들이 벚꽃이 가득한 천변의 산책길에서 삼삼오오 한가로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그중의 한사람으로 황홀한 벚꽃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때 저만치 앞서가던 3명의 젊은 처자들이 멈춰서서 천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내가 걸음을 빨리해 다가가 물으니 저 물속에 자라가 있다는 것이다. 깜짝 놀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이끼가 많은 깊지 않은 물속에서 무언가 손바닥 만한 검은 물체가 놀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그것이 자라라고 했다. 나는 너무 신기해서 계속 바라보았는데 잠시 후 자라는 깊숙이 숨어버려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 이후 나는 매일 산책 때마다 그 근처를 지날 때면 자라가 있던 물속을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3일 후 그날도 어김없이 햇살이 화창한 날 이었는데, 와우! 물이 고여있는 가운데 있는 시멘트 구조물의 반반한 곳에 엄마인듯한 좀 큰 자라와 아기인듯한 작은 자라가 나란히 햇볕을 쪼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신기하고 기쁜 마음으로 주변을 더 살펴보니 근처의 물속에서 아빠인듯한 자라가 유유히 헤엄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보기에 주변에 쓰레기도 많고 물도 이끼가 가득해 별로 깨끗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가정을 꾸려 잘 살고 있는 자라 가족이 기특하기까지 하였다. 그 후로도 그곳을 지날 때면 늘 유심히 관찰하곤 했는데 어쩌다 한두 마리씩 모습을 보이며 건재함을 보여줘 내 마음을 안심시켜 주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초가을쯤으로 기억되는데, 그곳을 지나던 나는 너무 놀라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냇가에 무성한 풀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인지 포크레인이 모두 파헤쳐서 물과 흙이 범벅이 되어있었다. 천 바닥을 마구 파헤칠 때 자라들이 다치지는 않았을까? 물이 이렇게 없는데 어디 물 많은 곳으로 잘 피해 갔을까?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런 작업을 하기 전에 물속에 살고 있는 작은 물고기, 자라 등 생물들에 대한 약간의 배려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한동안 마음이 매우 안타까웠다.
다시 돌아온 벚꽃 시절, 온 천지에 가득한 벚꽃을 즐기러 삼삼오오 산책하는 사람들은 다시 찾아왔는데 작년에 보았던 그 자라 가족은 아직 보이질 않는다. 어디선가 다시 보금자리를 만들어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또 죽동천이 더 맑고 깨끗해져 이런 생물을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이 곧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삶이고, 나아가서 지구를 살리는 작은 불씨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