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늘 그렇듯 이른 아침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코스는 주로 오른쪽으로 죽동천을 보며 시작해 곡성천을 따라 뚝방마켓까지 다녀오는 길이다.

집을 나서자마자 선물처럼 나를 감싸는 상큼하고 알싸한 새벽공기를 가슴 가득 담으면 온몸이 상쾌해지며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솟아난다.

잘 정돈된 곡성천에 이르면 징검다리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 청량하고, 물안개가 아스라이 피어오르며 멀리 솟아오르는 태양과 함께, 잎을 떨군 나무들의 실루엣이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다.

백로, 해오라비, 겨울 오리들이 다정하게 노니는 풍경도 정겹고 평화롭다. 산책로 양 옆은 화려한 색색의 백일홍과 수줍은 듯 작은 꽃을 올망졸망 피운 분홍 메밀꽃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잔디가 덮여 있어 부드러운 느낌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 이르기까지 눈을 맞추며 걷는 이 산책은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렇게 상쾌하게 시작하는 아침 산책이 시작할 때의 기분 좋음이 돌아올 때 까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날들이 많아 안타깝고 속이 상한다.

바로 여기저기 널려있는 쓰레기들 때문이다. 죽동천에서부터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널려있는 스티로폼 박스와 플라스틱 물병 등 각종 생활 쓰레기들과 물에 떠내려가다 돌에 걸려있는 널빤지, 비닐들, 옷가지 등 종류도 참 다양하다.

주변 밭에서 뽑은 고춧대며, 깨진 화분이며, 고장난 의자들, 심지어는 야채 다듬은 찌꺼기, 석화나 꼬막껍질도 수두룩하다.

한번은 징검다리를 건너 곡성천 하류로 걸어가는데 일회용 컵, 그릇, 생수병 등 엄청난 쓰레기가 널려있다. 누군가 야유회라도 다녀오며 생긴 쓰레기를 몽땅 버린 모양이다.

이렇게 산책길과 징검다리 등 주변 조경이 깔끔하게 잘 다듬어져 있고, 새들도 노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이런 곳에 어떻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인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고, 그런 사람들의 극단적인 이기심에 너무 화가 난다.

이런 날은 출발할 때의 상쾌함과 기분 좋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울분과 안타까움만 가득한 채 돌아오는 내 기억속에 떠오르는 곳들이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그랬지만 특히 일본이나 호주 시골의 정돈되고 깔끔한 풍경이다. 마을 주변은 물론 어디를 봐도 지저분한 곳이 없이 너무 깨끗해서 놀랍기도 하고 많이 부럽기도 하였다.

그 비결을 알아보니 정해진 규칙에 따라 쓰레기를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하며, 오히려 당연한 것을 물어보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우리도 하루빨리 너무나 당연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규칙들을 잘 지키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자연과 시설들을 아끼고 보호하여, 깨끗하고 아름다운 곡성으로 가꾸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