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어디를 둘러봐도 꽃 세상이다.

배밭은 하얀 눈꽃으로 덮여있고 수줍은 분홍빛을 담은 사과꽃은 겨울에도 쉬지 않고 돌봐온 농부와 행락객들의 마음을 행복으로 물들게 한다.

도로변에 새하얀 꽃터널을 만들어 놓고 꽃비로 마무리 해준다. 벚꽃이 지나면 알록달록 철쭉이 온 세상을 물들인다.

4월은 꽃만 있는 게 아니다. 봄의 진짜 향연은 봄나물이다. 냉이, 달래, 쑥, 두릅, 취나물, 고사리, 불미나리, 쑥부쟁이 등 옛부터 전해 온 귀한 몸들이 기다린다.

요즈음 시장에 가면 나물이 지천인데 할머니들이 캐온 나물들이 유독 눈에 띈다.

어린시절 기억에 곡성군 입면 종방마을 옆 섬진강변에는 숙부쟁이와 미나리 등 나물이 많았다.

대다수 동네 어른들은 봄에는 나물을 캐고 채소를 길러 인근 전북 순창 오일장으로 팔러 다니셨다.

외할머니께서도 오랫동안 시장에 다니셨는데, 마을에서 시장까지는 차로 가도 15분정도 되는 거리를 야채와 나물을 머리에 한짐씩 이고서 걸어 다니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러다 보니 어린 시절에 봄이 되면 학교 공부를 마치기가 무섭게 친구와 함께 섬진강으로 나물캐러 달려갔다.
약간의 경쟁심으로 티끌이 더 많은 나물을 캐서 집으로 가져가면 엄마와 함께 시장에서 선을 보일 제품(?)으로 손색이 없도록 잘 다듬어 할머니께 드렸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따뜻한 봄날이 오면 섬진강변 나물캐던 추억이 떠올라 친구와 나물한번 캐러 가자고 다짐하지만 늘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그냥 지나간다.

하지만 봄철 우리 눈에 보이는 나물들은 옛 추억에 대한 아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큰 위안을 삼는다.

지난 휴일엔 올케 언니가 친구분들과 고사리, 두릅, 쑥, 취나물, 미나리, 쑥부쟁이 그야말로 나물세트를 캐왔다.

고사리를 넣은 조기탕, 새콤달콤 초장에 찍어먹은 두릅, 쑥부쟁이 나물무침, 삽겹살에 취나물과 미나리를 넣고 쌈을 싸서 먹었다. 오랜만에 봄을 만끽해봤다.

봄날의 향연은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다. 지천에 핀 꽃을 보면서 나물한번 캐보자.

직접 나물을 캘 수 없다면 오일장에 가면 언제든지 반겨준다.

매주 열리는 곡성장(3일, 8일), 옥과장(4일, 9일), 석곡장(5일, 10일)에 가서 싱싱한 봄나물을 구입해 나물 비빔밥으로 건강한 에너지와 행복을 충전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