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저는 혼인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의 폭행과 불륜 등으로 잠시 별거하다가 이혼한 사실이 있었는데, 당시 3살된 아들이 있었고, 이혼 후에는 사업에서 망한 남편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혼자 어렵게 키웠습니다. 아들이 현재 25살이 되었으니 이혼한지도 벌써 20여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시댁 친척으로부터 소문을 들으니 남편이 하던 사업이 잘되었는지 꽤 잘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에 억울해서 지금이라도 양육비를 받아 불쌍한 아들에게 집이라도 마련해주고 싶은데, 가능한지 여부에 관하여 법률전문 박사님께 문의드리고자 합니다.


답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고 양육할 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913조). 이는 부모가 이혼한 경우라도 마찬가지로서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부 또는 모는 자녀를 양육한 부 또는 모에 대해 양육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민법 제837조).

따라서 통상적으로는 부모가 이혼한 경우 비양육자가 양육자에게 합의된 양육비 내지 재판상 결정된 양육비를 자녀가 성년에 달할 때까지 매월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귀하의 경우처럼 이혼한 후 비양육자의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도움 없이 혼자 양육해온 경우가 있고, 먼 훗날에 이르러 형편이 나아진 비양육자를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하고자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예전에 양육 당시 청구하지 못했던 과거의 양육비에 대해서도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청구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모는 그 소생의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이는 부모 중 누가 친권을 행사하고 누가 양육권자인지를 물을 것 없이 친자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라고 할 것이며, 이러한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양육자는 비양육자에 대해 과거의 양육비에 대해서도 그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비양육 이후의 비용(구상금)에 관해서도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대결 1994.5.13. 92스21 전원합의체).

다만 이때 과거의 양육비 모두를 한꺼번에 부담시키게 되면 상대방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양육비를 일시에 부담하게 되어 지나치게 가혹하고 형평에 어긋날 수 있으므로, 법원으로서는 부모 중 한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그에 소요된 비용,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한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그것이 양육에 소요된 통상의 생활비인지 아니면 이례적이고 불가피하게 소요된 다액의 특별한 비용(치료비 등)인지 여부와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 능력과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한 분담의 범위를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대결 2023.10.31. 2023스643).

이와 같이 과거의 양육비에 대해서도 청구가 가능하다고 볼 때 기간의 제한 없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경과된 후라도 언제든지 청구할 수 있을까요? 즉 과거의 양육비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여부가 문제됩니다.

이에 관하여 종전의 판례에서는 장래의 양육비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양육비도 당사자 간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내용·범위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권리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독립적으로 처분가능한 재산권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는 친족법상의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권리의 성질을 가진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 불과한 것이어서, 그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었습니다(대결 2011.7.29. 2008스67).

즉 과거의 양육비는 당사자 간에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따라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전환된 경우에만 비로소 독립한 재산적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그 전까지는 양육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에 해당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고, 따라서 설령 10년 전의 과거의 양육비라도 언제든지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대결 2011.7.29. 2008스67).

위 판례에 의한다면 과거의 양육비에 대해서는 당사자 간에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한 결정이 없는 한 기간의 제한 없이 언제라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최근의 판례에서는 자녀가 현재 미성년의 상태에 있느냐 아니면 성년에 달한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구별하여 미성년의 상태에 있는 동안에는 여전히 위 판례의 입장과 같으나, 성년에 달한 이후에는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이와 달리 판단하고 있습니다(대결 2024.7.18. 2018스724 전원합의체).

즉 자녀가 성년(만 19세)에 달하여 부모의 양육의무 자체가 종료한 이상, 구상권의 실질을 가지는 과거의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일반적인 금전채권과 비교하여 비용 정산의 의미의 재산권이라는 본질에서 차이가 없고,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도 없으며, 권리의 내용·범위가 실질적으로 정해진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채권 내지 재산권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녀가 성년에 달하여 부모의 양육의무가 종료된 후부터는, 당사자 간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이루어지지 않아 구체적인 금액으로 확정되지 않은 과거의 양육비라도,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으로 된다고 할 수 있고 더 이상 친족법상의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할 권리라는 성질이 드러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자녀가 성년에 달한 때로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에는, 설령 양육비에 관한 당사자 간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한 구체적인 범위·내용의 확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더 이상 과거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대결 2024.7.18. 2018스724 전원합의체).

이에 귀하의 사례를 살펴보건대, 귀하의 아들이 성년에 달한 때로부터 10년(만 29세)이 경과했더라면 과거의 양육비는 재판상으로는 한 푼도 청구할 수 없을 것이지만, 아직 25세로서 10년이 경과되지 않았다고 보이므로, 귀하께서는 전남편을 상대로 과거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양육금액과 관련해서는 현재 미성년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처럼 산정된 양육비가 아니라 어느 정도 조정·감액된 정도의 금액만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상세문의「법무사 장종운 사무소」062-233-9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