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딩아! 문딩아! 젊은 나이 과부 맹글고 자석들 줄줄이 두고 혼자 잘살고 있는가 몰러? 문딩이 영감…아이고 참.”

신흥마을에는 독특한 마을갤러리가 있다. 마을회관 주변에 옛 사진들이 정겹게 전시되어 있다. 아침 일찍 마을 어매가 찾아와 고인이 된 남편 사진을 보고 ‘문딩아! 문딩아!’하며 넋두리를 풀어 놓는다.

신흥마을은 청정전남 으뜸마을 사업으로 1년차 마을회관 주변정리 및 태양광 센서등과 우편함을 달고, 2년차 마을학교 학습사물함과 항아리공원을 정비했다.

3년차에는 뭘 할까 고민 중이던 중 마을분들께 의견을 수렴했다.

“뭣이여 귀찮구만 내 몸 하나 건사허기도 힘든디 이장은 머슬 그렇게 헐라고 혔싸?”라는 말에 옛야그나 함시롱 놀자 하며 물어봤다.

“그람 울 어매는 시집오실 때 뭐 타고 오셨어?”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더니 시집갈 때 재미난 얘기를 해주셨다.

“신랑이 새신랑 사모관을 거꾸로 쓰고 결혼식을 혔는디 아무도 잘못 썼다고 말해준 사람이 읎어서 그냥 쓰고 혼례를 했어~”, “낭중에 사진을 보고 한바탕 웃었는디 시방도 그 사진 있는디 가져와 볼까?”

직접 사진을 보니 진짜 사모관을 뒤로 돌려쓰고 그냥 보기에도 정말 우스꽝스러웠다.

처음에는 모든 어머님들이 “그런거 없어~” 하시던 분들도 주섬주섬 사진을 가지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추억 속의 사진이 한장한장 모아지기 시작했하면서 그 사진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두번째 고민을 했다.

모아진 사진 중에는 보관 상태가 좋아 깨끗한 사진도 있었지만 파리똥 묻고 긁힌 자국 등 여러 형태로 훼손된 사진들은 형편 없었다.

이런 사진들을 이쁘게 복원 해 보자고 제안을 드렸더니 대부분 그럼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사진이 집에 아예 없는 분들은 자녀들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사진을 보내와 사진자료가 충분히 모아졌다.

옛날 사진이 없는 주민은 추억 속 컬러 사진을 흑백사진으로 뽑아보자고 했다.

이래저래 모은 형편없던 사진들도 어느새 아주 예쁘게 복원되어 마을 회관 7개 기둥에 전시되어 있다.

한 어머니께서는 “문딩아! 문딩아! 젊은 나이에 과부맨들어 오만가지 소리들으며 살게허고 자슥들은 줄줄이 엮어놓고 거기서는 안아프고 잘살고 있나 몰러?”라고 사진을 만지작 만지작 하시는 모습을 보고 비록 작은 공간에서 흘러 나온 지난 이야기들이지만 지금은 우리 마을 공동체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갈수록 고령화 되어가고 있는 농촌 마을 주민들은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이라 생각하는 병원과 요양원이 아닌 마을안에서 함께 웃고, 울었던 마을공동체의 품안에서 떠날 수 있도록 과거 장례문화를 마을안으로 가져오면 어떨까하는 간절한 마음이 든다.

마지막으로 마을의 지난 이야기와 주민들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 태어나게 도와 준 남편 홍성범씨를 비롯 으뜸마을 조성사업에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