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곡성 전체가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다. 몇 일 앞으로 다가온 군수 재선거 때문이다.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집 한 채를 덮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고,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며 자기가 곡성군을 가장 잘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TV 뉴스에서나 볼 수 있던 정당의 높은 분들이 직접 와서 지원 유세를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사람들도 모두 삼삼오오 모이면 선거 이야기에 열심이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다 생각이 확실하고 나름의 소신이 있다.

앞으로 곡성군의 살림을 이끌어갈 수장을 뽑는 중차대한 일이니,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오래전 호주의 행정수도인 캔버라의 국회의사당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특이하게도 국회의사당 지붕을 흙으로 덮어 커다란 언덕을 만들고 잔디를 심어 그 위로 많은 사람들이 동산을 산책하듯 오르내리며 담소를 나누고, 아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옆으로 구르기도 하며 공원에서처럼 즐겁게 노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하인이므로 국민의 밑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민은 그 주인으로 위에 있는 것이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떠올랐다.

후보 시절 선거운동을 할 때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국민에게 먼저 다가가 고개를 90도로 숙여 공손히 인사하며 한 표를 호소한다.

그러나 당선이 되고 나면 갑자기 목에 기브스라도 한 것처럼 뻣뻣하고 거만해지며 다가가기 어려운 높으신 분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대다 수의 국민들도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진 나에게 캔버라의 그 광경은 그들의 열려있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기본을 보는 것 같아 신선하고 부럽기까지 했다.

리더의 유형 중 군림형 리더와 섬김형 리더가 있다. 우리나라 정부 조직의 리더들은 대체적으로 군림형 리더가 많은 것 같다.

당선되면 갑자기 목이 뻣뻣해지는 현상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바람직한 리더는 봉사와 섬김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낮추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섬긴다면 저절로 존경을 받는 리더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새로운 군수는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감성을 지니고, 겸허하게 낮은 자세로 군민을 위해 봉사하고, 진정으로 군민을 섬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농사를 천직으로 받아들이며 평생을 바쳐 일한 농부들과 소상공인들을 비롯한 모든 군민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지며 보살펴 주면 좋겠다.

젊은이들을 따스한 마음으로 보듬어 도시로 떠나지 않고 곡성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을 열어주면 좋겠다.

아이들이 맘껏 뛰놀며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이 모든 일들을 열린 마음으로 군민들과 의논하며 천천히 함께 가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