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저는 서로 알고 지내던 처지인 甲의 처 乙에게 그 자녀와 함께 거주할 주택을 임차하
는데 보증금이 부족하다면서 2천만원을 빌려달라고 하기에 마침 수중에 가진 돈이 있어 1년만 쓰는 조건으로 빌려준 사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후 해외에 근무하던 甲이 돌아왔기에 그의 처 乙이 빌려간 돈 2천만원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하였더니 자기가 빌린 돈이 아니니 乙에게 이야기하라는 것입니다.

乙은
현재 가진 재산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에 그나마 재산이 있는 甲에게 이 돈을 받을 길이 없
겠는지 우리 지역의 언론 곡성일보의 ‘알쏭달쏭 법률상식’ 코너를 통하여 박사님께 문의드리
고자 합니다.


답
일상의 가사에 대해 부부의 일방이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이 이미 그 제3자에게 책임이 없음을 명시하지 않는 한, 그 채무를 부부가 함께 연대하여 책임을 지게 되어 있습니다(민법 제832조).

여기에서 부부가 연대책임을 지게 되는 일상가사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되는지 문제됩니다.

이에 관해 민법에는 명백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판례에 의하면 “일상가사채무란 부부의 공동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통상의 사무에 관한 법률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그 구체적인 범위는 부부공동체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 능력 등 현실적 생활 상태뿐만 아니라 그 부부의 생활 장소인 지역 사회의 관습 등에 의해 정해지나, 해당 구체적인 법률행위가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법률행위를 한 부부공동체의 내부 사정이나 그 행위의 개별적인 목적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그 법률행위의 객관적인 종류나 성질 등도 충분히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판 1997.11.28. 97다31229).

따라서 부부가 연대책임을 지게 되는 일상가사채무의 범위에는 가족공동생활에 꼭 필요하고 가족의 부양과 관련된 양식이나 의복의 구입, 가족을 위한 필수적 주거공간인 주택의 임차(대판 1999.3.9. 98다46877), 집세･방세의 지급 또는 수령, 가재도구 구입, 전기･수도･가스공급계약의 체결, 자녀와 배우자의 의료비, 자녀 양육 및 교육비, 남편 명의의 45평형 아파트 분양금 납입명목의 금전차용(대판 1999.3.9. 98다46877) 등은 여기에 포함되지만, 상가의 임차나 가게의 인수대금, 사업상 필요에 의해 부담한 채무(대판 2000.4.25. 2000다8267), 고급승용차 구입명목의 금전차용(대판 1997.11.28. 97다31229), 거액의 대출금에 대한 이자지급, 대규모의 주택이나 거액의 아파트 구입자금명목의 금전차용(대판 1997.11.28. 97다31229), 가옥의 임대, 남편이 자신의 사업상의 채무에 대해 처 명의로 연대보증약정을 한 경우(대판 1997.4.8. 96다54942, 1998.7.10. 98다18988), 부부의 일방이 다른 일방 명의의 부동산에 대해 매도･담보제공행위를 한 경우(대판 1966.7.19. 66다863, 1985.3.26. 84다카1621, 1993.9.28. 93다16369) 등은 원칙적으로 일상가사채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에 귀하의 사례를 살펴보면, 귀하가 甲의 처인 乙에게 빌려 준 돈은 甲 가족의 필수적인 주거공간인 주택을 임차하기 위한 것이고, 따라서 이는 일상가사에 해당되며 甲과 乙이 연대해서 귀하께 변제해야 할 채무라고 보입니다.

요컨대 귀하께서는 甲과 乙을 상대로 연대책임을 물어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승소판결문에 의해 甲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