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은 2월
2월은
하루가 부족하다.
 
하느님께서
아마도
하루라도 더
봄꽃을 보시려고
2월에서 하루를 빼내
3월에 하루를 슬쩍 보태셨다.

2월은 4일씩
서로 사이좋은
월화수목금토일이다.

우리사이도
꽃피는 봄날을 꿈꾸며
봄마중 가자.

‘사이좋은 2월’은 필자가 쓴 동시입니다.
‘뭣이 중헌디!’는 ‘무엇이 중요한데’라는 전라도 사투리로 2016년 영화 “곡성(哭聲)”에 나오는 대사이기도 합니다.
곡성(哭聲)과 곡성(谷城)! 유근기 곡성군수의 역발상인 “곡성(哭聲)과 다른 곡성(谷城)이야기”가 신문과 SNS를 타고 전국을 누볐습니다. 곡성(哭聲) 영화는 7백만 명이 넘게 보았고, 제6회 곡성세계장미축제 기간과 축제 전후까지 35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 곡성의 이미지와 브랜드가 수직으로 상승했습니다. 이제 곡성은 구례 옆도 아니고 남원 옆도 아닌 곡성 옆에 구례와 남원이 있습니다.
“뭣이 중헌디!”의 곡성섬진강기차마을에도 봄이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지지난주 토요일 입춘이 지났습니다. 겨울의 기다림 없이는 봄날의 꽃구경과 연둣빛 신록도 없을 것입니다.
전북 진안 데미샘에서 남해 바다까지 212.3㎞를 흘러가는 섬진강은 3도 3시 12군 9읍 89면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 5대강의 하나로 남한에서는 네 번째로 긴 강이며 남과 북을 합쳐도 아홉 번째로 긴 강입니다. 곡성은 섬진강 36km, 대황강 18km 총 54km가 흐릅니다. 아마도 대한민국 지자체 중 가장 긴 강길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 줌의 물로 데미샘에서 시작하여 작은 냇물은 샛강을 모아 점점 몸을 불려 바다로 흐릅니다. 세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 줘서 바다로 흘러갑니다.
2월 말부터 봄날 제일먼저 피는 봄꽃은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산에 피는 산동백으로 가지에서 생강 맛이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라고 하는데 노란 생강꽃이 피면 산수유 꽃도 따라 핍니다.
산수유 꽃이 피는가 싶으면 매화가 피고 벚꽃이 피고 진달래가 피고 개나리가 핍니다. 산벚꽃이 온 산에 환하게 피면 철쭉꽃이 피고 보라색 오동나무 꽃이 피고 늦장을 부린 자귀나무 꽃이 핍니다.
산언덕에는 싸리꽃, 자두꽃, 복숭아꽃, 배꽃, 사과꽃이 순서대로 피는데 지구온난화로 꽃피는 순서가 없어진 듯합니다. 이제 거의 같이 핍니다. 하지만 꽃이 피고 지면 새잎이 돋을 것 입니다. 느티나무, 팽나무, 참나무, 단풍나무들의 새잎이 핀 산색은 꽃보다 예쁩니다. 서서히 연두색 산색이 초록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산천의 꽃과 나무들은 한 치도 어김없이 봄이 오는 길목으로 초대를 하고 있습니다. 성숙한 초록의 숲에는 이팝나무, 층층나무, 산딸나무, 때쭉나무가 모두 흰 꽃이 필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꽃들은 이해를 따져가며 피지 않습니다. 자연과 세월에 순응하며 살아갈 뿐입니다.
남도의 봄날은 먼저 오고, 봄꽃도 먼저 필 것입니다. 구례 산수유꽃과 광양 매화꽃을 시작으로 곡성 압록과 섬진강변의 벚꽃길과 환상의 철쭉꽃길이 펼쳐질 것입니다.
새벽이면 섬진강에서 피어나는 안개꽃을 걷으면서 따스한 봄볕이 듭니다. 봄기운을 느낍니다. 금시 모든 봄꽃들이 피어 섬진강가에 온통 꽃 강이 흐르고 산은 온통 꽃 산이 될 것입니다.
곡성섬진강기차마을 1004 장미공원에서도 제7회 곡성세계장미축제가 5.19.부터 28일까지 열흘간 열립니다. 수백만 송이 장미꽃이 만발하여 휘황한 봄날의 장관을 멋지게 안겨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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