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에는 온갖 꽃들이 춤추는 봄이 왔다. 사람들은 겨울 내내 지쳐있던 심신을 단련하기 위한 각종 레포츠 활동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었다. 하지만 레포츠를 즐기는 곳곳에는 아직도 안전에 대한 확신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 ‘사후약방문’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으로, 일을 그르친 뒤에 아무리 뉘우쳐야 이미 늦었다는 말이다. 때를 놓치고 후회하지 말라는 뜻의 격언이나 속담은 많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죽은 뒤에 청심환을 찾는다(사후청심환)’ 등이 그런 말이겠다. 이제 늦은 대처를 나무라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현실은 소 잃고 난 뒤에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 또다시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 하겠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의 화재 참사로 많은 생명을 잃고 말았다. 제천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밀양 화재로 또 다시 많은 소중한 생명을 잃어야만 했다. 화재는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소방차가 화재 현장까지 진입하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소방법개정안을 요구했으나, 1년 넘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가 제천 참사 이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어 소방차 진입에 지장을 주는 장애물을 강제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또한 구급차, 소방차와 같은 긴급차량 또는 버스가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 접근하였을 때, 차량의 위치를 미리 감지하여 정지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신호를 제어하는 `긴급차량․버스 우선 신호 시스템'을 전국에 확대․도입하기로 하였다니 정말 기대가 된다.
몇 해 전 강화도에서 발생한 글램핑 화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여가문화 패턴이 펜션에서 고급 텐트형 숙박시설인 글램핑 활용으로 바뀌어 가고 있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전기패드와 전기난로 같은 난방시설과 전기 커피포트,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이 구비되어 있고, 밖에는 취사를 위한 가스통도 준비되어 있어 안전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마땅한 규정이 없다며 안전조치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강화도 글램핑 시설에서 전기로 화재가 발생해 1분 만에 5명의 생명을 잃어야만 했다. 그 후, 정부는 「관광진흥법」을 개정하여 시설기준을 정하고 글램핑장을 야영장으로 분류하고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시설기준을 마련하고 관리를 강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최근 각종 레포츠를 체험하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각종 체험시설이 늘어나고 있으나, 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졌다. 일명 바다낚시 콘도나 짚라인이 그렇다. 바다낚시 콘도로 불리는 수상시설물은 주로 리아스식 해안을 중심으로 설치되어 있다. 2003년부터 해상 낚시터의 낚시형 콘도(펜션)가 개발되어 각광을 받으면서 남해안을 중심으로 약 60여 개의 유어장이 체험시설로 지정되어 낚시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관련법인 「수산업법」과「유어장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도 숙박시설을 겸하고 있는 낚시형 콘도(펜션)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찾아볼 수 없다. 현행법상 야간 낚시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야간 낚시가 가능한 시설물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 제외대상(농어촌민박 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숙박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2012년 8월, 남해안의 콘도․펜션형 유어장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해 당시 남해소방서는 ‘유어장 등의 해양레저 공간이 소방법령상 소방대상물에 해당되지 않아 소방 사각지역으로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은 해양시설이 법령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라 하겠다. 해양에 설치된 수상시설물도 하루 빨리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해양시설의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관련 수상시설의 종합적인 관리․운영을 강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짚라인은 와이어에 연결된 안전 줄 하나에 의존해 빠른 속도를 내면서 허공을 이동하는 시설로 인명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시설임에도 관련 규정이 없어 크고 작은 안전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나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지난 8일 제주의 한 업체에서 운영하는 짚라인을 타던 관광객들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4명이 부상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몇 해 전 일이지만 충북 보은에서는 짚라인을 타던 초등학생이 추락하여 숨진 사건도 있었다. 삭도시설인 케이블카보다 인․허가 문제가 없고 많은 시설비를 투자하지 않고 설치할 수 있으며 성장단계에 있는 산업으로 많은 투자자와 지자체에서 우후죽순처럼 시설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짚라인이 도입된 지 약 10여 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어떤 기준이나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사고가 나도 잘잘못을 규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제주 우도 일대 짚라인 업체의 사업을 두고 ‘혐오시설이냐’, ‘지역관광활성화냐’를 놓고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우도면에서는 일반건축물과 동일한 기준에서 건축허가 신청을 검토하고 있으며, 관광편의시설이나 체육시설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다고 말하면서 짚라인 사업은 자유업종으로 사업자등록과 건축허가만 받으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해상에 떠있는 수상시설물이나 일명 짚라인 사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아쉬운 시점이라 하겠다. 하루 빨리 안전사고 대비를 위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관리를 강화해야 하겠다. 레포츠를 즐기기 위한 기본적인 안전은 개인들의 몫이라지만, 지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강력한 법적 토대와 시설기준의 마련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항상 반복적으로 겪는 안전사고임에도 레포츠시설 전반에 여전히 안전 불감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적어도 레포츠시설의 안전문제에서만큼은 다시 들리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인 발 빠른 선제 대응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켜나감으로써 안심하고 활기차게 레포츠를 즐기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염원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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