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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부친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사건으로 구속되어 다급한 마음에 유명하다는 변호사 홍길동을 사선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착수금으로 1천만원을 지급하되, 석방되면 추가로 성공보수금으로 1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습니다.

그 뒤 제 부친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제 형편상 성공보수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변호사사무실에서 성공보수금의 지급을 독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형사사건에서 약정한 성공보수금에 대해서는 이를 꼭 지불해야 하는 것인지 우리 지역의 언론 곡성일보의 ‘알쏭달쏭 법률상식’ 코너를 통하여 박사님께 문의드리고자 합니다.




답
소송을 몇 번 하고나면 기둥뿌리가 뽑힌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민사소송에서도 사선변호사의 착수금은 최소 330만원 내지 500정도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고, 형사변론의 경우에도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400만원 내지 500만원 정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는 착수금만 따졌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재판결과에 따라 약정에 따른 승소사례금도 별도로 지불해야 하고, 나아가 심급대리의 원칙상 1심, 2심, 상고심 등 심급별로 변호사비를 각각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송사 제기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인데, 민사문제는 어찌보면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형사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상황에 당면하게 됩니다. 이에 형사사건에서 변호사를 쓸 때 착수금이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나중에 체포·구속에서 풀려나거나 재판결과가 좋게 나왔을 때 승소사례금도 지불해야 하는지 문제됩니다.

그래서 위 문제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사는 형사절차를 통한 정의의 실현이라는 중요한 공적 이익을 위하여 협력하고 노력할 의무를 부담하는 자로서 개인적 이익이나 영리를 추구하는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실현의 한 축으로서 정의와 인권을 수호해야 하는 공적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변호사법에서도 변호사가 판사･검사, 그밖에 재판･수사기관의 공무원에게 제공하거나 그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이나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한 행위와 위와 같은 공무원에게 제공하거나 그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의 비용을 변호사 선임료나 성공사례금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실제 그와 같은 용도로 금품이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규정까지 두고 있는 것입니다(변호사법 제110조).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선임과 관련된 변호사의 성공보수약정에서 ‘성공’의 기준은 개별사건에서 변호사와 의뢰인간의 합의에 따라 정해질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수사단계에서는 불기소, 약식명령청구, 불구속기소, 재판단계에서는 구속영장청구기각 또는 구속된 피의자･피고인의 석방이나 무죄･벌금･집행유예 등과 같은 유리한 본안판결의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따라서 성공보수약정에서 정한 조건의 성취 여부는 형사절차의 요체이자 본질에 해당하는 인신구속이나 형벌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며, 만약 형사사건에서 특정한 수사방향이나 재판의 결과를 ‘성공’으로 정하여 그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기로 한 변호사와 의뢰인간의 합의가 형사사법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염결성이나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공적 역할과 고도의 직업윤리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도덕관념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국민들이 보편 타당하다고 여기는 선량한 풍속 내지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변호사는 성공보수약정이 따로 없더라도 성실하게 의뢰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며, 따라서 변호사가 형사절차에서 변호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변론활동을 놓고 특정한 결과와 연계시켜 성공보수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의 한쪽 당사자인 의뢰인은 주로 인신구속이나 형벌이라는 매우 급박하고 중대한 불이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기에 위와 같은 약정을 맺는 경우가 많고, 법률 지식이 부족하고 소송절차에 대한 경험과 정보도 없는 다수의 의뢰인은 당장 눈앞의 곤경을 면하기 위하여 자신의 처지에 비추어 과다한 성공보수를 약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법원도 형사사건에 관하여 체결된 성공보수약정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사회적 폐단과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비록 구속영장청구기각, 보석 석방,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 등과 같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변호사의 변론활동이나 직무수행 그 자체는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의 성공보수약정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판 2015.7.23.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판결).

그렇다면 대법원에서 형사사건과 달리 민사사건에서는 성공보수약정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요? 형사사건과 달리 민사사건에서는 대립하는 당사자 사이의 사법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쟁송으로서 그 결과가 승소와 패소 등으로 나누어지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계약자유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성공보수약정이 허용됨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의뢰인이 승소하면 변호사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당장 가진 돈이 없어 변호사보수를 지급할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도 성공보수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성공보수약정 제도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재판결과에 따라 변호사와 나눌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그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줘야 하므로(형사소송법 제33조),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을 반드시 민사사건의 경우와 같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대판 2015.7.23.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판결).

이에 귀하께서는 형사사건의 성공보수금을 사선변호인인 홍길동에게 지급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이며, 설령 홍길동이 귀하를 상대로 성공보수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귀하께서 패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형사사건의 변호와 관련하여 사선변호사와 별도로 성공보수약정을 한 곡성 주민들께서는 위 글을 참고하여 구태여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형사성공보수금을 지불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