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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문화원 주최, 제24회 효녀심청 전국어린이예술공모전 글짓기 부문 ‘대상’ 작품

효도라는 타임머신에서 거울을 바라보며!
정진우 경기도 평택시 부용초교 6학년

2023년 11월 07일(화) 19:49
그날 아빠가 다급하게 나랑 형을 부르셨다. “선우, 진우 빨리 와! 빨리 와서 할아버지 주물러!” 아빠는 의식이 없어지는 할아버지를 큰 소리로 부르며 심폐소생술을 하셨다. 다급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었다.

아빠는 지난 8개월 동안 할아버지를 살리시기 위해 이런 일을 하셨다. 요양병원에 가면 곧 돌아가실 수 있다 해서 집에서 모시고 병간호를 하셨으며 항상 아빠는 할아버지 침대 밑에서 주무셨다.

할아버지의 병세가 나빠지시기 전에는 아빠와 형 그리고 나는 조그만 한 방에서 매일 함께 잠을 잤다. 자기 전 아빠와 장난쳤던 기억들이 생생하지만 아빠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매일 사투를 벌이셨다.

새벽마다 일어나 할아버지의 목에서 피를 뽑아냈고, 낮에는 할아버지의 용변을 돕기 위해 장갑을 끼고 대변을 파내셨다. 주말에는 나와 형도 함께 아빠를 도왔다. 이러한 기간 동안에 아빠가 주무시는 시간은 네 시간에 불과했다. 불안 하셔서 였다.

두 달 전 아침, 아빠는 우리에게 학교에 가지 말고 옷을 단정하게 입고 곁에 있으라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는 숨을 몰아쉬시면서 아버지의 손을 붙들고 계셨다.

아빠는 우리에게 할아버지께 한마디씩 말하라고 하셨다. 나와 형 그리고 동생들은 할아버지께 마지막 말을 했다. 모두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아빠는 애써 침착하게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하시는 것 같았다.

그날 6.25참전 용사이시자, 국가유공자이신 우리 할아버지는 92세의 나이로 편안하게 천국으로 가셨다. 그날 난 처음으로 아빠의 눈물을 보았다. 그후에도 아빠는 지금도 여전이 할머니가 외롭지 않으시게 할머니 침대 밑에서 주무시고 계신다.

7년 전, 내가 7살 때 아빠는 미국의 보스턴 대학교 대학원에 다니고 계셨다. 장학생으로 다른 분들의 부러움을 받고 계셨는데 할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 모두가 귀국하였다. 나의 초등학교 생활은 항상 아프신 할아버지와의 생활이었다.

난 아빠가 할아버지를 초기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아빠는 항상 할아버지를 업고 다녔다.

한 달에 한 번은 할아버지가 병원에 가신다. 나는 그때마다 비좁은 현관 사이로 아빠가 할아버지를 업고 나가실 때마다 나는 그 문을 잡고 있었다. 나는 문을 잡고 있으면서 아빠와 할아버지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한자어 효의 뜻이 할아버지를 업고 계신 아빠의 모습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나는 종종 할아버지를 보면서 나중에 아빠가 노인이 되고 아프시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곤 했다. 그때마다 겁이 나고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아빠가 할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것처럼 나도 아빠를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다.

효도는 생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반드시 보여주는 것임을 알았다. 효도는 의무라기 보다는 사랑이다. 사랑은 희생이다. 아빠는 희생이 없는 사랑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하셨다.

가끔 나는 아빠가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미래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 가족이 위기를 만나면 어떻게 서로 도와야 하는지, 부모를 섬기기 위해 어떤 마음과 행동으로 살아야 하는지 나는 분명하게 보았다. 아빠는 가끔 나와 형에게 미안함을 표현하신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지 못하셔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난 이런 아빠가 자랑스럽다. 사람들이 볼 때 아빠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하셔서 바보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와 형은 아빠를 가장 존경한다.

비록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적지만 곧 어른이 되면 아빠가 할아버지께 해드린 그대로 나도 할 것이다. 난 사람과 동물의 차이가 바로 “효”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만을 위해 살지 않는다. 사람은 희생을 통해 서로를 사랑한다. 이것이 바로 동물과 사람이 구별되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나는 아빠를 통해 미래도 보고, 내 자신도 보게 되는 특권을 얻었다. 하지만 난 이 특권을 결코 나만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효는 가족을 뛰어넘어 가족이 없는 사람들도 연결해준다. 난 학원을 다니진 못해도 열심히 공부하여 꿈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아빠에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빠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보여주신 사랑의 효처럼 말이다. 따라서 효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다.

▲심사평…백시종 소설가, 조숙 수필가, 백성실 시인
매년 개최되는 이 행사는 어린이들에게 ‘효’와 ‘한복’에 대한 각성을 일깨워 주는 공모전이다.

이번엔 300여 편의 글을 받았는데 내용도 다채로웠다. 동화, 동시, 설명문, 편지글과 환타지 소설을 흉내 낸 글 등 각각의 장르에 골고루 배치됐다.

심의 끝에 대상작으로 평택 부용초등초교 정진우 어린이의 글을 선정했다.

원고지에 꾹꾹 눌러쓴 글씨와 긴 글을 끌고 나가는 우직함이 6학년 맏형답다.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행하는 ‘효도’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따라 할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이 글을 읽으며 ‘충’, ‘효’도 보고 배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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