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광주와 전남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기도했지만, 곡성에서도 일부 마을 주민들이 침수 위험에 처해 긴급히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논밭과 비닐하우스 등 농작물에도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폭우 소식이 들릴 때마다 2020년의 피해가 떠오른다. 2020년 8월 7일과 8일, 무더위가 절정에 달했던 이틀 동안 곡성에는 최대 550㎜의 폭우가 쏟아졌다.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곡성읍 일대가 물에 잠기고, 주민들이 대피해야 했고, 각종 시설물과 농경지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저지대는 물론,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주택과 농경지 곳곳이 물에 잠겼다.

자연재해는 순식간에 일상을 삼켜버렸고, 역대급 수해에 주민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주택이 침수된 이재민들은 대피소에서 지내야 했고, 농지는 초토화되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복구 작업이 시작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는 이제 더 이상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다. 수시로 찾아오는 태풍, 폭우, 폭설 등은 농업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정성껏 키운 작물을 한순간에 잃게 되는 농민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농업인들은 매번 무너진 마음을 추스르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야만 한다. 농업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업이기에, 그만큼 자연재해 앞에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상처를 입는다.

농업 관련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바로 이런 예기치 못한 자연의 위협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였다.

인간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절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안전안내문자를 보며 그저 피해가 없기를, 혹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복구되고, 일상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자연재해 앞에서도 꿋꿋이 삶을 이어가는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