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돕고 싶어집니다. 작은 일이라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고, 취약계층 아이들이 학습에 지장 없이 잘 자라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2025년 곡성일보가 주최한 제9회 곡성인물상(자랑스런 곡성인賞·군민부문)을 수상한 이옥남(67·곡성군 오곡면 출생) 영시미농장 대표는 장애를 가진 친정 부모와 시댁 노부모까지 극진히 봉양하며 ‘살아있는 효녀 심청’으로 불려왔다.

그는 곡성군 오곡면에서 영시미농장을 성실히 운영하면서 이웃과 함께 희망나눔의 길을 열어가는 모범 가정의 주인공으로도 평판이 자자하다.

농사와 장사를 병행해 10여 년간 모은 돈을 장애인 가정에 전액 기부했으며, 수십 년간 이름 없는 선행과 봉사를 이어와 ‘희망 전령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의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삶에는 평생을 나눔으로 살아온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대표의 삶은 곡성판 ‘효녀 심청’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어린 시절 그는 시각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지체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며 자랐다.

생활고 속에서 압록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고, 하나밖에 없는 오빠는 머슴살이를 떠났다.

어린 그는 아버지의 눈과 발이 되어 찐빵 장사, 멸치 보따리 행상 등을 하며 가족 생계를 도왔고, 남의 집 살림살이를 전전하며 어려움을 견뎌냈다.

한국부인회 훌륭한 어버이상 수상

22세에 남편 김영(76)씨와 결혼했지만 시댁 역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친정 부모뿐 아니라 시부모, 시할머니, 시이모까지 여섯명의 어르신을 한 지붕 아래에서 모셨다.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자 그는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한 뒤 중고 화물차를 구입해 장사를 시작했고, 살림을 하나하나 일으켜 나갔다. 이웃들은 “살아있는 효녀 심청이 따로 없다”며 감탄사를 보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자녀와 가족 교육에도 힘썼다. 막내 시동생을 대학까지 졸업시켜 독립시켰고, 3남매 자녀도 훌륭히 키워냈다. 큰아들은 중학교 교사, 둘째 아들과 며느리는 경찰과 교육공무원, 막내딸은 미술 디자이너로 사회 곳곳에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이 올곧게 자라 사회에 보탬이 되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이라는 그의 말처럼, 자녀들은 어머니의 헌신을 존경하며 “우리의 뿌리는 봉사와 나눔”이라 말한다.

억척스러운 삶 속에서도 그는 늘 이웃과 함께한다는 마음에 나눔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과 삼천포 나들이 관광

장애를 가졌던 친정 부모님을 생각하며 미약한 힘이지만 장애가정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2014년부터 매달 10만 원씩 적금을 들어 지난해 말 10년간 모은 1,254만 7,000원을 곡성군 저소득 장애인 가구 125세대에 전액 기부했다.

기부를 마친 날 그는 밤새 기쁨의 눈물을 터뜨리며 “어릴 적 장애 부모님을 모시던 힘겨웠던 시절이 떠올랐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전해지길 간절히 기원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전했다.

외조에 힘써 준 남편 김영 씨 또한 아내의 뜻을 존중해 봉사에 함께 나섰다. 기차마을 전통시장 상인회장을 지낸 김 회장은 현재 오곡면 이장단장으로 활동하면서 마을과 이웃들의 대소사를 살피며 부부가 함께 봉사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대표의 숨은 봉사는 곳곳에서 다양하게 이뤄졌다. 거동이 불편한 마을어르신 7~9명을 모시고 매주 목욕탕에 동행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 이웃을 15년 넘게 도왔다. 장날에는 직접 부식을 구입해 김치를 담아 취약 가정 다섯 곳에 나르는 봉사도 꾸준히 펼쳐왔다.

10년간 모은돈 곡성군 저소득 장애인 가구에 기부

그의 나눔은 생활 속에서 보이지 않게 묵묵히 이어졌고,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이 대표의 인생철학이 지역민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 대표의 기부는 단순한 성금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된 사랑 나눔의 결정체다. 그의 헌신과 봉사는 지역 공동체의 성장과 상생에 큰 힘이 되고 있으며, 이번 제9회 곡성인물상 수상이 그가 걸어온 길을 증명하는 값진 결실로 평가받았다.

이옥남 대표는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봉사를 이어가겠다”면서 “저소득 아이들을 위한 장학사업에 힘쓰고 싶다. 어려운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 것이 또하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이옥남 영시미농장 대표 프로필◆
·곡성군 오곡면 압록리 태생(1958년)
·압록초등학교 졸업(1971년)
·곡성군 바르게살기협의회 이사(2012~2015년)
·곡성경찰서 전·의경단체 총무(2013~2017년)
·곡성군 오곡면 송정마을 부녀회장(2015~2020년)
·압록초등학교 제26회 동창회 총무
·압록초등학교 총동문회 자문위원
·(현)영시미농장 대표

◆주요 수상 경력◆
·곡성군 효녀상 수상(1978년)
·한국부인회 훌륭한 어버이상 수상(2006년)
·곡성일보 주최 제9회 곡성인물상 수상(2025년)

/김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