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특히 문화적 자산이 적은 지역에서 예술은 단순한 감상의 영역을 넘어 지역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일본 니가타현 에치고쓰마리 지역에서 2000년 이래 3년마다 열리는 ‘에치고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ETAT)’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테마로 농촌 지역의 재생과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탐구하는 대표적 국제 현대미술 축제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축제이다.

높은 산이 많은 전통 산간 지형과 풍부한 강설량으로 유명한 이 지역은 일본 내 최고의 쌀 산지이자, 소설 ‘설국’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ETAT는 논밭, 숲, 강, 폐교 등 다양한 장소를 활용한 사이트-특정 설치 미술 중심으로 열리며, 개최 년 평균 40여 개국, 350여 명의 예술가가 참여한다.

또 지역의 주민들은 작품 제작과 공간 조성, 투어 가이드 등으로 적극 참여하며 마을이 예술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통해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작품은 연중 상시 관람이 가능하여 주민들의 소득에도 기여하고 있다.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 신용구 작가

2018년 제7회 비엔날레에는 총 379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방문객 54만 8천 명, 약 65억 엔(한화 약 65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효과가 단순한 관광 수익을 넘어, 지역의 전통 공예와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을 만들었다는 데에 주목할 만하다.

예술가와 지역 장인이 협력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축제와 연계된 레스토랑과 상점이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등의 방식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 것이다.

2025년 23회를 맞는 실험예술제가 곡성에서 개최된 지도 어느새 올해로 5회째가 된다.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SIEAF) 또한 ETAT처럼 강, 숲, 논밭, 전통시장, 농장 등 다양한 농촌 공간을 무대로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공연과 설치미술(제월섬, 상한마을, 신흥마을, 관음사 숲길)을 선보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곡성의 풍경과 이야기도 여러 매체를 통해 세계에 소개된 셈이다.

일본의 에치고쓰마리 트리엔날레가 산골 마을과 논밭을 미술관으로 삼아 지역을 국제적 문화지역으로 부각시킨 것과 닮았다.

오늘날 지역이 곧 예술 무대가 된다는 것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자생적으로 세계와 연결되고, 자연스럽게 지역을 알리는 ‘문화 확산의 통로’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K-ART가 부상하는 이 시대, 우리도 그 속에서 곡성만의 매력적인 서사를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SIEAF)는 ‘순수예술’ 축제이다.

그 정체성의 핵심에는 인간의 원초성과 근원성의 울림이 있으며,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을 향한 깊은 지향점이 있다.

순수예술은 인간 존재의 심연을 두드려 잠든 감각을 깨우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준다.

그래서 예술 체험은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존재를 흔들고 변화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상상해보라! 곡성의 논두렁과 숲길, 강물, 폐교와 고택이 예술가의 영감 속에서 작품이 되고, 일상의 시공간이 우주 혹은 자연과 깊이 연결되는 성찰과 치유의 시간으로 다가옴을. 인구 소멸지역인 농촌에 새로운 전환의 물길이 열리지 않을까?

일본의 사례처럼 예술을 촉매로 지역과 예술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농촌 예술의 희망 모델을 만들고 싶다.

아직 갈 길은 멀고 고민과 숙제도 많지만, 생명으로 이끄는 길은 충분히 희망적이다.

예술가들과 지역민이 모두, 예술의 힘을 통해 ‘감사의 힘’을 얻기를 꿈꾼다.

곡성에도 에치고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와 같은 순수예술의 성공이 반드시 꽃피기를.

*2025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 협력파트너 신청문의 SIEAF.COM 또는 010.2344.5004